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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공해 심각”… 구청장들, 주민 보호에 팔 걷었다

입력
2023.09.05 16:30
수정
2023.09.05 16:3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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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부산 사하구청장 "관광객, 빈집서 하룻밤… 수익은 주민에게"
'과실' 외지인·상인이 따먹고, 피해는 주민이 보는 구조 개선
인천 중구청장 "동화마을에 질서 요원… 관광공해 막을 것"
서울 종로구청장 "북촌·서촌 반경 1㎞ 특별관리지역 지정"

편집자주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전경. 부산관광공사 제공

부산 감천문화마을 전경. 부산관광공사 제공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 유명 마을형 관광지가 자리 잡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들 삶의 질이 떨어지고 마을을 등지고 있다는 한국일보 연재물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 기사 내용에 공감하며 대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감천문화마을이 있는 부산 사하구의 이갑준 구청장은 5일 본지 통화에서 "마을이 핫플레이스(뜨는 지역)가 되자 원주민이 떠나고 있는데, 임기 중에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감천문화마을의 주민 수는 최근 10년 새 40.3%(3,728명) 감소했다.

이갑준 부산 사하구청장. 부산=권경훈 기자

이갑준 부산 사하구청장. 부산=권경훈 기자

사하구는 감천문화마을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주민과 관광객의 만족도를 모두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존 관광 코스를 정비할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구청에서 마을의 빈집을 매입해 관광객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면서 "빈집 중 일부는 하룻밤을 묵으며 마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숙박시설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수익 구조를 짤 방침이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편익이 일부 외지인과 소수 상인에게 집중되고, 다수 주민은 소음과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 불편만 감당해야 하는 '불공정 게임'을 끝내겠다는 취지다. 이 구청장은 "마을 골목 곳곳에서 주민들이 생활용품과 특산품 등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영도구청장 "주민과 협의해 흰여울마을 정주 환경 개선"

본보에 소개된 다른 지자체에서도 마을형 관광지 주민이 겪는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동화마을이 있는 인천 중구의 김정헌 구청장은 "마을에 질서 요원을 배치해 쓰레기 투기, 사생활 침해 등 관광공해를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10년 전부터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등 관광 인파가 몰려들면서 고령의 주민들이 고통받아 왔다. 흰여울문화마을이 있는 부산 영도구의 김기재 구청장도 "마을 공동체협의회와 논의해 정주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골목길을 메우고 있다. 주민들은 "외국인이 많이 몰려올 때는 출근길에 인파를 헤집고 나가야 할 정도였다"고 말한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골목길을 메우고 있다. 주민들은 "외국인이 많이 몰려올 때는 출근길에 인파를 헤집고 나가야 할 정도였다"고 말한다. 왕태석 선임기자

북촌 한옥마을과 서촌 세종마을 등에서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겪는 서울 종로구도 특단의 조치를 준비 중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북촌과 서촌 등 청와대 반경 1㎞ 구간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관광진흥법상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 주민 정주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종로구는 북촌 한옥마을과 서촌 청와대 인근의 버스 진입을 막고, 북촌 골목 등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시간도 제한할 방침이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마을형 관광지의 흥망사

    1. 10년 새 인구 반토막…관광객 침투에 마을이 사라진다
    2. 유커 몰리자 잡화점 된 병원…돈은 외지인 건물주 주머니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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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역에 머물며 주민들과 소통" 지속가능 관광 실천 지자체는 어디?
  5. 숫자보다 중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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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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