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4%
폭우·폭염 탓에 농산물 가격 ↑
정부 "일시적 현상, 추석 물가 관리"
안정권에 접어들었던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뛰면서 추석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성수품인 사과‧배의 가격은 이달 들어서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연초부터 줄곧 하락하던 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에 진입(6월 2.7%)한 뒤 7월 2.3%까지 낮아졌다가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상승 전환한 건 국내외 악재가 겹친 탓이다. 집중 호우‧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국제유가마저 뛰면서 덩달아 국내 석유류 가격도 올랐다.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5.4% 상승해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올렸다. 그중에서도 이상기후 직격탄을 맞은 사과(30.5%), 복숭아(23.8%) 등 과일 물가 오름폭(13.1%)이 컸다.
과일 가격은 이달 들어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10㎏에 8만4,800원으로 1년 전보다 59.9%, 평년과 비교해선 66.2% 높다. 배(원황) 15㎏ 도매가격도 지난해보다 27.4% 높은 수준이다.
채소 가격 역시 장바구니 물가를 무겁게 하고 있다. 지난달 채소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기저효과로 1.1% 하락했으나, 전달과 비교하면 16.5% 올랐다. 사과‧배와 함께 20대 성수품으로 분류되는 배추가 42.4%, 무 가격은 34.2% 뛰었다.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오름세가 본격 반영되면서 전월보다 8.1% 올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석유류 가격 하락폭도 7월 29.6%에서 11.0%로 축소됐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1.1%포인트 오르는 데 석유류가 약 80%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올라 상승폭이 다소 커졌다”고 평했다.
기획재정부는 근원물가 상승률(3.9%)이 전달과 같았다는 점을 들어 “일시적 현상”으로 일축하면서도 커지는 물가 불안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연말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3대 원유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일(현지시간) 배럴당 85.9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보다 약 7% 오른 가격이다. 국제유가의 등락은 통상 약 2, 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여기에 농작물 피해, 추석 성수품 수요까지 맞물리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늘려 물가 상승폭을 끌어내린다는 방침이다. 20대 성수품을 역대 추석 최대(16만 톤)로 공급하고, 닭‧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도 추석 전 최대한 적용한다. 이를 통해 20대 성수품 가격을 지난해 추석보다 5%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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