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심상찮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원유인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90달러대에 진입했다. 3개월 전 70달러 수준에서 20%나 올라 연중 최고치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2위 수출국인 러시아가 감산 조치를 연장키로 한 영향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전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 마감하고 환율이 요동친 이유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물가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8월 소비자물가가 폭염과 폭우에 전년동기대비 3.4%나 올랐는데 추석까지 다가오고 있다. 과일 가격은 이미 폭등세다. 사과(홍로) 도매가격은 10㎏에 8만 원도 훌쩍 넘어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올랐다.
더 큰 문제는 11개월째 감소세인 수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을 연장키로 한 이유가 중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과 수요 감소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와 건설업체 연쇄 부도 위기에 중국 정부는 유동성을 공급하며 내수 진작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하고 추가 부양책을 펼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여전히 대중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경제가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3고1저’가 고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물가 안정과 수출 회복을 전제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상저하고’ 전망만 고집할 게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발 빠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게 순리다. 그래야 경제 사령탑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하거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 아니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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