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음식ㆍ커피ㆍ음악·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일까. 기호식품이니까, 취향이니까,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커피도 농산물이므로 원료 품질이 맛을 좌우한다. 또 원료를 조리하는 방법과 과정(로스팅)에 따라 결과물은 큰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품질 좋은 커피는 맛있는 커피도 될 수 있고, 맛없는 커피도 될 수 있다. 그러나 품질 나쁜 원두는 절대로 맛있는 커피가 될 수 없다.
가령 순두부를 좋아하는 사람과 모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어떤 것을 맛있게 느끼든, 취향이므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상한 두부를 맛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미각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먹어온 밥이라면 진밥인지 된밥인지, 묵은쌀인지 햅쌀인지 한 번만 먹어봐도 구분할 수 있다. 하물며 바닥은 타고 위쪽은 설익은 밥을 두고 취향의 문제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설령 물과 불 온도를 세심하게 맞춘 가마솥 밥이라고 쳐도, 5년 지난 쌀로 지은 밥이 맛있어질까?
마찬가지다. 우리가 먹은 밥의 역사만큼 커피를 마셔 온 이력이 길지 않아서 자신 있게 구분하지 못할 뿐, 커피도 어디까지나 음식이다. 좋은 커피를 많이 마셔봐야, 분별력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품질이 좋은 커피는, 신선하고 좋은 생두를 적절하게 로스팅한 것이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일단 액체가 맑아야 한다. 아이스든 뜨거운 것이든 깨끗한 커피가 좋은 커피이다. 커피가 탁한 이유는 원료에 안 좋은 콩이 섞여 있거나 설볶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확인하는 방법이 또 있다. 커피를 상온이 될 때까지 식혔다가 마셔보는 것이다. 식었을 때 가장 정확한 맛을 알 수 있다(캡슐커피도 도전해 보시길). 건초 맛이나 탄 맛처럼 이상한 맛이 난다면, 과감히 버리자. 자주 들르는 카페의 커피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커피를 한 잔 사서 이튿날 아침에 확인해 보면 된다. 좋은 커피는 식은 후에도 맑고 깨끗하다. 그다음 내 취향을 찾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미각을 믿자. 우리는 발효식품과 국물을 먹어온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러니 혀끝에서 불쾌한 맛이 느껴진다면, 좋은 커피가 아니다. 반면 낯설지만 나쁘지 않다면 과감히 도전해 보자. 익숙지 않은 맛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건 또 다른 신세계를 눈앞에 두고 돌아서는 것과 같다. 우리 미각은 새로운 맛의 경험을 통해 발달돼 간다.
소비자 미각이 발달하면, 커피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대충하지 못한다. 카페 브랜드나 생산지에 대한 선호보다 커피 품질을 구별해 내는 감각이 필요한 이유다. 기억하자. 품질 다음에 내 취향을 찾자.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된다. 그래서 나는 아무거나 마시지 않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