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270만 호 공급 대책
수도권 목표 26만…7월까지 7.8만
공공분양 인허가 실적 6.9% 불과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앞세운 최대 무기는 주택 공급 확대였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5년간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역대 최대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올해 목표 달성도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시장에서도 과열 조짐이 빚어지고 있다.
"자신하더니"... 서울 공공분양 5.7%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 지역에 270만 가구(수도권 158만, 지방 112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하고, 이 중 50만 가구는 저렴한 공공분양 아파트로 채우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인허가 기준 역대 최대 물량이다. 주택 공급이 쏟아지면 자연히 집값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정부의 청사진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컸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180도 뒤집혔다. 오히려 이전 정부보다 주택 공급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의 올해 주택 공급 목표치는 서울 8만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26만 가구, 지방 21만 가구 등 47만 가구다. 하지만 1~7월 실제 인허가 된 주택 수는 45% 수준인 20만7,000가구다. 지난 정부 시기인 2018년(1~7월)과 비교해도 24%나 작다. 남은 5개월 속도를 낸다 해도 올해 실적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현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은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 공급을 대폭 늘린 게 특징인데, 정작 수도권 속도가 가장 더디다. 올 1~7월 수도권 인허가 물량은 목표(26만 호) 대비 30% 수준인 7만8,000가구에 그친다. 같은 기간 서울은 1만8,000가구로 목표치(8만 호)에 한참 모자란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공공분양 공급 실적은 더 초라하다. 정부의 올해 공공분양 공급 목표는 수도권 5만2,000가구, 지방 2만4,000가구로 총 7만6,000가구다. 그러나 1~7월 공공분양 인허가 실적은 목표치의 6.9% 수준인 5,257가구에 그친다. 서울은 올해 5,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세웠지만, 실제 인허가 된 주택 수는 287가구(5.7%)에 불과하다.
불안 심리가 끌어올린 집값
정부의 주택 공급 통계는 인허가 기준이다. 건설사는 땅과 자금을 구하고 각종 행정 절차를 마친 뒤 마지막에 당국에 인허가 신청을 한다. 통상 인허가 3~4년 뒤 실제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인허가 통계는 미래에 주택 공급이 얼마만큼 이뤄질지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로 통한다.
정부가 인허가 물량을 늘리려고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한 배경이다. 민간이 자연스레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게 판을 깔아준다는 취지였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올 인허가 물량이 급감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원자잿값·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리 급등에 따른 공사비 갈등이 커지며 민간 건설사가 줄줄이 사업을 접은 데다 주택 공급의 주요 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까지 겹치며 공공까지 사업 동력을 상실한 탓이 크다.
시장엔 이미 신축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우려가 번지기 시작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섰고, 청약시장엔 지금이 그나마 싸다는 심리가 퍼지면서 고분양가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설상가상 30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3기 신도시 입주 일정도 최근 1~2년씩 지연되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도 '비상 상황'을 언급하며 연일 시장에 주택 공급 확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추석 전엔 금융·토지·인허가 등 전반을 아우른 공급 대책을 발표한다. 그럼에도 정부 대응이 뒷북이란 비판도 만만찮다. 이미 연초부터 자잿값 폭등에 따른 후폭풍이 커 이런 사태가 예견됐는데도 시장에 연착륙 신호만 줄 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조치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