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401> 5세 추정 수컷 믹스견 '너구리'
2년 전 이맘 때 서울 성북구 종암로 부근 한 공원에서 노란색 목줄을 한 갈색 털의 믹스견이 발견됐습니다. 자동 리드줄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아 한 가정의 반려견이었음은 분명했습니다. 개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로 이동해 보호자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공고기간 동안 보호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는 환경이 바뀌어서였는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입질까지 있었습니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믹스견에 입질까지 있어 입양 기회를 얻기는 어려웠고 결국 안락사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동물보호단체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에 의해 보호소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아련한 눈빛을 지닌 개의 외모가 마치 너구리와 닮은 듯 보여 '너구리'(5세 추정∙수컷)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너구리는 구조 직후 겁이 많은 성격에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고 방어적 입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보살핌 덕분에 사람에 대한 경계는 호전됐고, 구조된 지 5개월 만에 입양가족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면 물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결국 보호소로 돌아왔습니다.
활동가들은 너구리를 포기할 수 없어 훈련소에 보냈고, 잘 적응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올여름 폭염 속 외부에서만 생활하다 열사병으로 쓰러졌고 결국 한 달간의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치료가 끝난 너구리는 현재 임시보호가정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요.
무는 습관은 사라졌고 낯선 사람에게도 애교를 부리는가 하면 처음 만난 개 친구들에게도 천천히 다가갈 줄 안다고 합니다. 또 임시보호자가 자신을 쓰다듬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해요. 다만 밥이나 간식을 먹을 때는 예민하게 반응해 다른 개들과 분리해서 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활동가들은 개를 처음 키워보는 사람보다는 다른 개를 기르고 있거나 길렀던 경험이 있는 입양자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최미금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대표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개와도 잘 지내지 못했던 너구리가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산책도 잘하고, 배변도 잘 가리고 사람을 잘 따르는 너구리와 함께할 평생 가족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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