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방문 회견서 “미중 관계 정상화 진심”
폴리티코 “신냉전 원치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
중 '대만 침공' 가능성엔 “경제 힘들어 역부족”
강경 일변도였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 기조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봉쇄는 미국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거듭 손사래를 친 것이다. 대중 유화 제스처가 한층 강해진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뒷마당 격인 남아시아에서 세력 확장을 도모하는 미국 행보가 그의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하노이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총비서(서기장)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아시아 순방이나 미국과 중국 이웃국 간 관계 강화 시도가 중국 봉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리어 “(미국은) 진심으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우려가 오해라는 취지의 언급은 반복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봉쇄하는 것도, 고립시키는 것도, 해치는 것도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대신 자신이 바라는 것은 역내 정세의 안정이라고 했다. 인도, 베트남이 미국과 가까워지면 그만큼 인도·태평양에 안정된 기반이 확보된다는 게 그의 논리다. 미국 정체성을 ‘태평양 국가’로 규정한 것도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을 공산이 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게 수출 통제 등의 목표는 아니라는 발언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껏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보낸 유화 신호 중 이번 것이 가장 강하다”며 “신(新)냉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를 중국이 곧이곧대로 믿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공석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방문 목적을 기후변화나 세계 경제 등을 망라한 협력으로 소개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인도 및 베트남과의 관계 강화가 미국의 역내 입지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색이 진짜 속내와는 다른 ‘외교적 수사’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미국 주도 규칙 기반 질서에 편입하라”는 압박
설령 목표가 봉쇄는 아니라 해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성격이 압박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짐짓 그는 최근 경제 위기를 맞닥뜨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걱정했다. 부동산 위기와 청년층 실업난 등을 예로 든 뒤 “지금 시 주석의 손은 (해결해야 할 일들로) 꽉 차 있고, 경제가 그의 계획과 소신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비판이라기보다 관찰 결과”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자신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바쁘기 때문이고, 그 곤경이 대만 침공 가능성도 줄인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생각이다. “여력이 예전만 못해”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시 주석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충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수립된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에 편입하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 조처를 거론하며 “중국이 무역 등과 관련한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 하는데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규칙을 지키면서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전향적 조치를 권했다.
명분은 상생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에 방점이 찍힌 질문이 잇따르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냉전 시대 관점으로 너무 많이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면박을 준 뒤 “우리가 하려는 건 세계 모든 지역의 경제성장 및 안정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 제조 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물질을 중국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중국과의 관계 단절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대중 수출 통제에 나서는 등 견제를 강화하면서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정부 고위직을 잇따라 중국에 보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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