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
"2인 1조 순찰 방침, 해결 안 됐다" 93.5%
"역 근무 시 안전보호 불충분하다" 72.1%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2인 1조 근무가 보장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설문 결과 역 근무 직원의 93.55%는 '나 홀로 근무'가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앞두고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 불안한 근무 환경이 바뀐 게 없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건 발생 후 서울시가 '역 직원 2인 1조 순찰 방침'을 대책으로 내놨으나 실상은 인력 부족 탓에 상당수가 혼자 순찰을 도는 상황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공공운수노조·직장갑질119가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피해 노동자는 서울교통공사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혼자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며 "그동안 노조는 인력 충원을 계속 요구했지만 공사는 노사가 합의한 안전인력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배후에는 공공기관 인력 효율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서울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A씨와 입사 동기인 살해범 전주환(32)은 2020년 11월부터 2년여간 A씨를 스토킹하다 지난해 9월 14일 A씨의 일터였던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명순필 노조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사과문 발표 때도 회사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 사건은 피해자 본인 과실 없이 작업장에서 동료에게 참변을 당한 명백한 산업재해이자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라며 "회사가 피해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명백한 과실"이라고 질타했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종합 대책을 내놓으며 △역 순찰 2인 1조 기준 체계 정립 △안전 순찰 인력 확보 △지하철보안관 취약시간대 역사 순찰 강화 등을 발표했다. 전자 호루라기, 페퍼 스프레이 등 안전보호장비 지급과 자기보호 안전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반면 노조는 근무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 근무 직원 1,05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인 1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93.5%에 달했다. 공사 지침에 따라 '2인 1조 출동·순찰을 항상 또는 대부분 지킨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2명(18.4%)뿐이었다. 근무조당 인원이 2인 이하이거나,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중복 발생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또한 직원의 72.1%는 '일터에서 충분히 안전을 보호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회사가 지급한 안전보호장비도 60.0%는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휴대나 이용이 불편하거나, 사용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직원 800여 명(복수 2개까지 선택)은 시급한 대책 1순위로 '단독근무 방지 위한 인력 충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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