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 재수생을 비롯한 이른바 ‘N수생’ 비중이 27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학벌을 한두 계단 끌어올릴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너도나도 재수, 삼수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연간 15만 명 넘는 졸업생들이 대입에만 목을 매면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집계를 보면 졸업생의 수능 지원은 1년 전보다 12.3% 늘어난 15만9,742명에 달한다. 졸업생 비중이 31.7%로 1997년(32.5%) 이후 가장 높다. 검정고시까지 포함하면 35.3%다. 한때 20%를 밑돌던 졸업생 비율이 높아진 건 정부 방침에 따라 주요 대학들이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정시모집을 확대한 2019학년도부터다. 여기에 2022학년도 도입된 문∙이과 통합 수능은 교차지원 기회가 많아진 이과생들의 재수 선택을 늘렸다.
이번에는 정부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이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두 문제 차이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던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낮아진 수능 문턱에 재도전 동기가 부여됐을 것이다. 실제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변별력이 다소 떨어지며 만점자가 크게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학벌 지상주의와 서열주의가 배경에 있을 것이다. ‘지방대 →인서울 →서연고 →의대’로 이어지는 ‘학벌 사다리타기’가 점점 공고해지는 형국이다. N수가 늘어나면서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수 기숙학원의 연간 학비는 4,000만 원에 육박하고, 반수(대학에 적을 두고 재수 도전)생이 늘어나며 대학 교육도 파행을 겪는다. 사회 진출이 늦어져 결혼과 출산에까지 악영향을 준다.
교육당국이 N수생 증가 문제를 가벼이 봐선 안 된다. 무엇보다 한창 창의적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에 수년간 똑같은 시험 교육에 매달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낭비다. 원인을 면밀히 따져 대입제도 개선과 난이도 조절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킬러문항을 없애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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