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ICK 아닌 스스로 기회 만든 오마이걸 미미
세븐틴, 직접 판 깔고 '꽃보다 청춘' 소원권 따내
"알고 보니 차승원이 팬" '형 따라 마야 간' 더보이즈 주연
편집자주
‘수ㆍ소ㆍ문’은 ‘수상하고 소소한 문화 뒷얘기’의 줄임 말로 우리가 외면하거나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계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예능돌'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이돌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난히 두각을 드러내며 예능인으로서 입지를 쌓는 경우를 뜻합니다. 과거 아이돌 그룹은 데뷔부터 예능 담당 멤버(슈퍼주니어 신동, 2AM 조권 등)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도 흔했는데요. 하지만 '예능 담당'이나 '누구누구의 PICK(픽)'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유튜브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아이돌들은 스스로 판을 깔거나 자신의 색깔이 담긴 콘텐츠로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혜성 아닌 스스로 일군 반전의 기회, 오마이걸 미미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걸그룹 오마이걸의 미미(김미현)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15년 데뷔한 걸그룹 오마이걸에서 미미의 포지션은 메인래퍼. 유아(메인 댄서), 효정(메인 보컬)에 비해 인지도가 높진 않았습니다. 반전은 2022년 tvN '뿅뿅 지구오락실(지락실)'이었습니다. 엉뚱한 리액션, 특유의 옹알이 같은 발음(팬들 사이에선 '미미어(語)'로 불립니다) 등이 주목받은 건데요. 그래서 흔히 미미를 '나영석 PD 픽'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사실과 조금 다릅니다.
기획 당시 꾸밈없는 아이돌 멤버를 찾고 있던 '지락실' 박현용 PD. 어느 날 아내가 미미의 채널 '밈PD'를 박 PD에게 보여줬다고 합니다. 미미가 2019년 처음 올린 브이로그의 제목은 '리얼한 미현이의 세상'. 첫 장면부터 미미는 자다 일어난 민낯으로 등장합니다. 미미가 "너무 리얼해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온 미미를 본 제작진들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무대가 본업인 아이돌이 자기 손으로 그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쉽지 않잖아요. 또 연예인 유튜버 중 드물게 직접 편집하고 직접 자막을 쓰는 크리에이터예요. 노력이나 애정이 너무나 사랑스럽더라고요." 박 PD가 들려준 말입니다. "혼잣말과 발음이 너무 재미있었다"던 '놀라운 토요일'의 한 조연출이 남긴 후기도 확신을 더해줬다고 하네요. 단발성 게스트로 못 살린 매력이 장기간 찍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더 빛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나 PD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돌이면서도 현실에 발붙이고 살면서 내 길을 개척해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몹시 좋았다." 그러니 미미는 혜성처럼 '지락실'에 떨어진 게 아닌 스스로 닦은 길 위에서 기회를 찾아낸 셈입니다.
'꽃보다 청춘' 소원권 따낸 세븐틴에 차승원을 팬으로 만든 주연까지
아예 직접 판을 까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나영석 PD는 세븐틴 버전의 '꽃보다 청춘' 촬영을 진행 중입니다. 멤버들 간 케미를 뽐내오던 그룹 '세븐틴'은 지난 유튜브 콘텐츠 '채널 십오야'에 출연해 "여행 예능을 안 한 지 좀 됐다"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결국 제비 뽑기로 이 소원권을 따냈고요.
더보이즈 주연의 경우도 좀 특별합니다. 2017년 데뷔, 메인 댄서로 본업을 충실히 해 온 그는 최근 tvN '형따라 마야로'에 합류했는데요. 차승원은 주연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프로필을 줄줄 읊습니다. "주연이 화보 중에는 잡지 데이즈드가 제일 좋았어. 광주 이씨고 생일은 1월 15일. 너 다큐멘터리 좋아하잖아."
알고보니 차승원은 주연의 팬으로, 주연의 출연을 적극 추천했다고 합니다. 마침 방글이 PD도 과거 한 음악프로그램에서 스페셜 MC로 만난 주연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생방송에서의 순간 판단력과 센스가 좋다고 느꼈다"는 후문입니다. 그렇게 주연은 차승원과의 여행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서러움 딛고 일어날 차세대 '예능돌'은 누구?
최근 미미의 과거 출근길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제목은 '비인기 멤버의 서러움'. 당시 팬들의 카메라 렌즈는 미미가 아닌 그 뒤의 다른 멤버들을 향해 있습니다. 미미는 "8년 동안 뒷골목에서만 웃기는 존재였다"며 농담처럼 회상했는데요. 꾸준한 그의 노력은 결국 예능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미미처럼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예능계를 뒤흔들 다음 '예능돌'은 누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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