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하시마(端島ㆍ일명 ‘군함도’) 탄광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 “지난 2년간 일본이 강제노역 희생자 관련 시설을 개선했다”고 결정했다. “관련국과 대화를 지속해 결과를 제출하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유네스코가 지난 2021년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결정문을 채택한 것과 비교하면 입장이 크게 바뀐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조선인 동원은 적법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유네스코는 전시 내용 일부를 바꾼 것을 근거로 긍정 평가로 전환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외교 공세로 한국에 반격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일본 언론들도 ‘외교적 승리’라고 보도한다.
우리 외교부는 “일본, 유네스코와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에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 강화를 위해 스스로 약속을 이행하라”는 모호한 주문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가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강제 동원과 차별을 인정하라”는 요구조차 주저하는 듯한 태도다.
우리 정부의 통 큰 양보로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는 집요하게 역사왜곡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독도 등이 자신들의 영토라는 홍보 예산을 대폭 증액한 3억 엔(약 27억 원)을 편성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독도 관련 연구 예산을 25% 삭감한 3억 8,000만 원,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간토대학살 등 일본 역사왜곡 대응 연구 관련 예산은 5억 3,000만 원으로 73%나 삭감해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물론 한일관계의 개선은 양국 과거사와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대화 채널 개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국제 정치와 과거사ㆍ영토 문제를 분리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유네스코 결정으로 다시 확인된 만큼 우리 정부도 일본의 '성의'만 기대할 게 아니라 보다 단호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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