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보차혼용통로 설치 요구 놓고
사고·정체 유발 위빙 현상 불가피
광주신세계百 "수용 불가" 통보
새 백화점 확장·이전 답보 장기화
신세계 복합쇼핑몰 투자 불똥 우려
광주광역시 도시 계획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광주시가 광주신세계의 새 백화점 확장·이전 사업과 관련해 광주신세계 측에 교통 개선 대책으로 요구한 보차혼용통로 설치가 되레 교통 체증을 가중시키고 교통사고 위험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당장 광주신세계는 보차혼용통로 설치 불가 입장을 광주시에 통보했다. 답보에 빠진 광주시 행정 절차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이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과 동시에 추진 중인 어등산 관광 단지 내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광주신세계는 최근 광주시가 요구한 보차혼용통로 설치 문제를 검토한 결과 교통 처리 및 사업성 저하로 인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광주시에 통보했다고 18일 밝혔다. 광주시는 앞서 7월 백화점 이전 예정지인 서구 화정동 이마트 부지와 주차장 사이에 위치한 광주시 도로인 군분2로 60번길(158m·1,320㎡) 중 일부(77m)를 사업 부지에 편입해 주는 조건으로 편입 도로 부지에 보행과 차량 통행이 가능한 통로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광주신세계에게 대체 도로를 제공하도록 한 뒤 기존 '一(일)'자 도로를 'ㄱ'자로 내도록 협의해 준 것을 뒤집은 것이다.
광주시의 이런 갈지자 행보는 광주신세계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광주시가 백화점 확장·이전의 큰 걸림돌이었던 군분2로 60번길 일부를 광주신세계에 백화점 개발 부지로 넘겨주면 이 도로를 기준으로 두 개 필지로 나뉜 사업 부지가 'ㄱ'자로 형태의 한 개 획지로 정리된다. 이에 따른 땅값 상승은 물론 건축물 공간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사업성도 커질 수밖에 없어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개발 부지와 인접한 금호월드(상가) 소상공인들은 "광주시가 유통 대기업의 막대한 개발 이익만 보장해 주고, 골목 상인들 보호는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가 보차혼용통로 설치 안을 꺼내든 것도 7월 강기정 광주시장이 금호월드 소상공인들과 간담회 직후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광주시가 보차혼용통로 설치를 요구하면서 교통 수요 변동 등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이 통로 설치로 인해 백화점 주변 교통 체증과 교통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광주신세계는 군분2로 60번길 일부를 편입해 건물을 신축할 경우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죽봉대로변에서 백화점으로 차량이 진출입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보차혼용통로를 설치하면 그 일대에 위빙(weaving·차량 엇갈림) 구간이 형성돼 교통 정체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위빙이란, 긴 도로 구간에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2개 이상의 교통 흐름이 엇갈리는 것을 말한다. 광주신세계가 백화점 확장·이전 대가로 기부채납키로 한 죽봉대로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온 차량이 보차혼용통로를 이용해 백화점으로 진입(우회전)하기 위해선 1, 2차로에서 4차로로 변경해야 하는데, 그 구간이 100여 m로 짧기 때문에 급격하고 잦은 차선 변경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높고 교통 체증이 유발될 수 있다. 반대로 이 통로를 통해 죽봉대로로 진입하려는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광주신세계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보차혼용통로를 설치하려면 설계 변경에만 최소 6개월 걸린다"며 "광주시가 교통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통로 설치를 요구한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주신세계가 보차혼용통로 운영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문서로 통보하면 그때가서 어떤 방법이 좋을지 최적안을 만들기 위한 내부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와 광주신세계가 보차혼용통로를 놓고 갈등을 빚자 그 불똥이 광주시의 어등산 관광 단지 내 복합쇼핑몰 유치 사업으로 튈 수 있다는 뒷말도 적지 않다. 광주시가 보차혼용통로 문제로 광주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을 위한 각종 행정 절차에 시간 끌기를 한다면, 신세계그룹이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의 어등산 복합쇼핑몰 건립 투자를 보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복합쇼핑몰 유치에 조급한 광주시로선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보면 '광주시가 복합쇼핑몰만 유치하려고 하고, 백화점 확장은 싫어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 군 공항 이전에 따른 종전 부지를 신세계백화점이 맡아서 투자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이 22일 열기로 한 자체 투자심의위원회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신세계프라퍼티의 어등산 복합쇼핑몰 건립 사업(사업비 1조3,359억 원)과 광주신세계 확장·이전 사업(사업비 9,000억 원)에 대한 투자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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