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항소심도 무죄

"옆 차에 시야 가려 사고 예방 어려웠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 재판부 모두 옆 차량에 의해 시야가 가려 사고를 예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 심현욱)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유지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이른 아침 경남 양산시 한 왕복 6차선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80대 여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2차로를 운전 중이었고, 1차로에도 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보행자 신호는 적색이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옆 차량에 시야가 가려 무단 횡단하던 피해자를 보기 어려웠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정상 속도로 주행하고 있었고, 횡단보도 인근에는 육교가 있었던 점도 참작했다.

검찰은 A씨가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운전자가 사고를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증거들에 비춰보면 A씨가 누군가 무단 횡단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며 “운전자에게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해 대비해야 할 주의의무까지는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