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시흥 R&D캠퍼스 가보니
거대한 창고엔 길이 10~12m의 노란색 나무배 60척가량이 층층이 쌓여 있다. 모양도, 쓰임새도 다른 이 배들은 실제 상선이나 군함을 40분의 1로 축소한 샘플이다. 한 개당 약 3주에 걸쳐 정밀하게 만든 이 배들은 국내 최대 규모(길이 300m·폭 15m·깊이 7m)로 설계된 예인수조(선박 운항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시설)에서 성능 검증까지 마친 기술력의 결정체로 여겨진다.
15일 찾은 한화오션 시흥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선 군함과 상선 제조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2018년 예인수조가 만들어진 뒤부터 이곳에서 완성된 모형배는 무려 115개. 이 중 상품성이 높거나 비교적 최근에 완성한 모형 배는 창고에 두고 상용화된 모델은 영업 기밀 유지를 위해 분쇄한다.
"최초, 최대, 유일 시설로 앞서갈 것"
대우조선공업 시절이던 1982년 경남 거제시에 선박해양설비연구소로 시작한 중앙연구원은 2018년 시흥 R&D캠퍼스에 둥지를 텄다. 이 연구원에는 국내 최대인 예인수조 말고도 2020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공동(空洞)수조(선박의 공동 현상을 모방·재현하기 위한 시험 설비)와 방산 기술력의 정점으로 꼽히는 음향(音響)수조(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설비) 등이 자리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길이 62m에 높이 21m로 만들어진 공동수조는 전 세계 상업용 시설 중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배 바닥에 공기 방울(기포)을 깔아 주면서 물속에서 배의 프로펠러가 작동할 때 수중기포가 일으키는 영향을 분석한다. 쉽게 말해 선박의 흔들림, 소음, 강도 등에 대한 모형실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밖에도 기포로 인한 추진력 감소 현상을 최소화하고 프로펠러 날개 수명을 늘리는 등 배의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시설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상증자로 마련할 2조 원 살뜰히 쓰겠다는 한화오션
국내 조선업계에서 한화오션이 유일하게 갖추고 있는 음향수조에서는 '가장 은밀하고 조용한 배'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길이 25m에 폭 15m, 깊이 10m 규모로, 건물 2층에서 내려다본 수조는 지하 1층까지 연결돼 있었다. "3,100톤(t) 정도의 물속에서 배가 움직이며 내는 소음을 재고 데이터를 만든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잠수함의 경우 수면 아래에서 큰 소음이나 진동이 일어나면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를 줄여 군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
시흥 R&D캠퍼스 연구진은 더불어 건조 자동화를 이끌 스마트야드나 자율운항 선박을 비롯한 스마트십 시장 개척을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첨단 선박 분야에서는 국내 경쟁사들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늦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미래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은 "2조 원은 앞으로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 신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 등에 쓰일 것"이라며 "2040년에 매출 30조 원 이상, 영업 이익 5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키우고 특히 방산 분야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일들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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