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통 "북러관계 새로운 전성기 열려"
16일 블라디보스토크 해·공군시설 시찰
김정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만지기도
17일 극동연방대 등 시찰 후 귀국길 올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이 예상대로 군사·경제 협력에 집중됐다. 4년 5개월 만에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군사·우주 분야 협력은 물론 농업 분야 지원 약속을 받아낸 김 위원장은 17일 오후 양손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 전용열차를 이용해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5박 6일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은 2018년 이후 시작된 김 위원장의 외국 방문 중 가장 길었다. 조선중앙통신이 "새로운 전성기"라고 평가할 만큼 북러 간 군사·경제 협력이 급속히 밀접해지고 있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은, 미그-31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만져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16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와 관련해 "조러(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는 시기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맞이하는 블라디보스토크시는 열렬하고도 뜨거운 환영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첫 일정은 크네비치 군용비행장 참관이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 위원장을 영접했고, 전시된 군용기들을 소개했다. 러시아 RT통신은 "김 위원장이 최신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 '킨잘'을 탑재한 미그-31을 살펴봤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일 3국에 보란 듯이 킨잘에 직접 손을 대는 모습을 연출했다. 킨잘은 서방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대결을 벌이는 미사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용하고 있는 무기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 폭격기 3대도 가까이서 관찰했다.
'해군력 강화' 외치는 김정은, 태평양함대 방문
이어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를 찾아 우달로이급 구축함 샤포시니코프 원수함에 승함해 해상작전능력과 주요 무장장비, 전투성능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태평양함대 장병들이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며 "방문록에 '정의와 평화를 지켜낸 승리의 항적은 영원할 것이다. 태평양함대에 경의를 김정은 2023. 9. 16'이라는 친필을 남겼다"고 전했다. 최근 해군력 강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태평양함대 방문은 낙후한 북한 해군의 현대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이 오찬 후 담화를 나눴다며 "두 나라 무력과 국방안전 분야에서의 전략전술적 협동과 협조, 호상교류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실무적 문제들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대사 "김정은 방러 결과 만족"... 최장 해외 체류
김 위원장은 17일엔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방문 이후 인근 프리모르스키 해양수족관을 찾았다. 올렉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이 김 위원장의 수족관 방문에 동행했다. 오후에는 러시아 극동 지역 식품기업들을 방문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북러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농업 발전에 대해 논의한 사실을 밝히며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것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대사는 이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은 그가 전반적으로 교류를 원하고 극동연방관구(연해주)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어 "내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한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이즈베스티야통신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5박 6일간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전용열차를 타고 북한을 향해 출발했으며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과 마체고라 대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환송했다고 보도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김 위원장이 출발에 앞서 방문한 군사박람회장에서 코제먀코 주지사와 만나 자폭드론 5기와 정찰드론 1기, 방탄조끼를 선물받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 기간은 2018년 이후 시작된 김 위원장의 7차례 외국 방문 중 가장 길다. 이전까지는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베트남 체류 일정이 4박 5일로 가장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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