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초 일관제철소 준공 올해 10년
현지 국영기업과 합작…규제장벽 돌파구
국내 철강업 인력난 해소 위한 인재 육성
15일(현지시간)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쪽 100km 거리에 있는 칠레곤의 크라카타우포스코 일관제철소에서는 1,500도에 달하는 용광로(고로)에서 철광석을 녹인 쇳물이 분당 약 6t(톤)씩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자동차 여섯 대에 들어가는 용량으로 이 곳에서는 연간 철강 300만 톤이 만들어진다.
강력한 열기를 내뿜는 고로공장에선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들이 푸른색 작업복을 입은 채 땀을 흘리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공정 단계마다 구호를 외치면서 작업하고 있었다. 작업자 안전을 확보하고 공정 과정에서 오류가 없도록 늘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크라카타우포스코 관계자는 "칠레곤 공장에선 고로 1기와 후판 공장을 가동 중"이라며 "지난해 11월 150만 톤 규모의 열연공장도 운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10년 전인 2013년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기업인 크라카타우스틸(KS)과 합작사인 크라카타우포스코를 세웠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고로를 가진 제철공장이 없었는데 포스코에겐 첫 해외 일관제철소(용광로부터 철강 완제품 생산을 위한 제선-제강-압연 공정이 모두 가능한 체제)이자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였다.
인도네시아 국영기업과 협력…공급망 다변화
사업 초기엔 기대와 달리 성과는 저조했다. 2013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이후 영업 적자가 2014년 1억2,600만 달러, 2015년 2억4,300만 달러, 2016년 6,200만 달러를 내는 등 빚만 쌓여갔다. 자국 철강시장 잠식을 우려한 합작 파트너 KS의 견제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중간재인 슬래브로 팔아야 했던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마저 얼어붙었다. 계속된 적자에 포스코 내부에서조차 '투자를 잘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해답은 지속 투자에서 찾았다. 포스코는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다시 한번 KS와 손잡고 열연공장 투자에 나섰다. KS측에서 열연공장에 먼저 투자했고 포스코는 크라카타우포스코 지분 20%를 KS에 넘겼다. 2021년 5억200만 달러 최대 영업 이익을 낸 데 이어 하공정 설비 확대 이후 지난해 2억2,100만 달러의 연속 흑자 영업 이익을 내고 있다. 포스코의 철강 기술과 혁신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는 인도네시아와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포스코의 '윈윈'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현재 가동 중인 고로 1기에 이어 2기 고로를 추가로 지어 연간 조강 생산량을 600만 톤 이상으로 키우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목표 생산량은 약 1,000만 톤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내에서 자동차, 배터리 등 생산기지를 만드는 만큼 냉연 도금강판도 제작해 동남아 유일의 자동차 강판 생산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광무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은 "앞으로 자동차 강판 생산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도네시아가 니켈 생산국으로서 전기차 생산의 메카를 꿈꾸는 만큼 현지 정부 지원을 훨씬 쉽게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력난 해소 위한 철강 인재 육성에도 적극 나서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탄소배출 저감 사업도 진행한다. 배출된 가스를 모아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한 뒤 공장에서 해상 50~200Km 거리에 있는 폐가스전과 유전에 저장해 동남아 최초 CCS 기술을 사용한 친환경제철소가 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그룹사, 인도네시아 국영석유기업, 글로벌 석유에너지 회사 엑슨모빌(ExxonMobil) 등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철강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8월에는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업인력개발청과 철강산업 현장인력 육성 협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하 기술대와 특성화 고교에 포스코 기업 문화·한국어 과정을 포함한 맞춤형 과정을 만들어 3년 동안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 측은 나아가 우수 학생을 크라카타우포스코에서 경험을 쌓게 한 뒤 한국으로 보내 국내 산업계의 인력난 해소에 이바지 할 계획이다. 김 법인장은 "해외 숙련공 인력을 한국에 보내면 저출생으로 인력난이 심각한 한국 철강업계의 기술 인력 공백을 메우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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