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명령 어기고 스토킹하고 흉기로 살해
피해자 유족 법정서 "내 동생 살려내라" 오열
검찰 "엄중 처벌 필요"...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스토킹하고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살인과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0)씨의 변호인은 19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류호중)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과 증거를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날 엷은 황갈색 수의를 입고 흰색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나온 A씨는 "국민참여 재판을 받길 희망하나"라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검정색 옷을 입고 법정에 나온 B씨의 사촌 언니는 A씨를 향해 "내 동생 살려내라. 왜 그렇게 멀쩡하게 있냐. XX새끼야"라고 소리치며 오열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을 위반한 채 자행한 범행이고 수법이 계획적이고 잔혹하다"며 "피해자 모친까지 상해 피해를 입었고 피해자의 어린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범행 현장을 목격하는 등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며 A씨에 대해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청구했다.
A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3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 아파트 복도에서 "살려달라"는 전 여자친구인 B(37)씨의 가슴과 등 부위를 흉기로 1차례씩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을 막으려던 B씨의 60대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러 양 손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당시 인천지법으로부터 B씨에 대한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앞서 B씨는 6월 2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A씨를 고소했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던 A씨는 같은달 9일 B씨 집을 찾아갔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당일 석방됐다. 피해자는 A씨가 석방된 날, 1주일 전 고소한 사건을 취하하면서도 현행범 체포된 혐의에 대해선 처벌해 달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계속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지난 6월 10일 B씨를 보호하기 위해 잠정조치를 신청했고, 검찰 청구를 거쳐 법원은 A씨에게 B씨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제한하는 2ㆍ3호 잠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어기고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피해자 B씨는 A씨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교제 중이던 지난 2월에도 한 차례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한 적이 있었다. A씨는 지난 5월 B씨로부터 “그만 만나자”고 이별 통보를 받았으나, 계속 주변을 서성이면서 연락했다. 그는 살인 범행 4일 전인 7월 13일부터는 매일 B씨 집 앞을 찾아가는 등 6월 2일부터 살인 범행 당일까지 7차례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한 A씨는 범행 일주일 만에 퇴원했고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서 “B씨가 헤어지자고 하고 무시해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숨진 B씨의 여섯 살 딸은 현재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트라우마) 치료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B씨 유족은 A씨에게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8일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스토킹 문자메시지 내용과 피해자 B씨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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