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전망 400조→341조 원
세수 메우려 외평기금 등 동원
"일부 사업, 지출 줄일 수밖에"
정부가 올 한 해 나라 살림 밑천으로 쓰이는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60조 원 가까이 모자란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액수를 가늠하기 힘든 불용액 등으로 정부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교육청의 세수 고갈이 내년에 이어질 가능성도 커 당분간 나라 살림은 쪼그라들 전망이다.
정부, 초유의 '세수 비상'
기획재정부는 18일 내놓은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 방향'에서 올해 국세 수입을 기존 400조5,000억 원에서 341조4,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59조1,000억 원 감소한 규모다. 국세 수입 400조 원을 바탕으로 올해 639조 원의 예산안을 짠 정부로선, 쓸 돈이 계획 대비 59조 원이나 부족한 '세수 비상'에 처했다.
전체 세수를 가장 위축시킨 세목은 법인세, 양도소득세다. 법인세 수입은 79조6,000억 원으로 25조4,000억 원 줄어든다. 올해 법인세 수입을 105조 원이라고 제시했던 지난해 8월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던 글로벌 경기 부진이 지난해 4분기부터 덮치자 법인세도 타격받았다. 올해 법인세 토대인 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은 81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8% 급감했다.
양도세는 집값 하락, 거래 절벽 등 부동산 불황으로 12조2,000억 원 적은 17조5,000억 원 걷힐 전망이다. 부가가치세 수입도 9조3,000억 원 부족한 73조9,000억 원으로 관측됐다. 경기 둔화로 수입액이 예상과 달리 크게 줄면서 수입 물품에 붙는 부가세 감소도 불가피하다.
연관기사
세금이 적게 걷히는 '세수 펑크'로 중앙정부, 지방정부·교육청 등 나랏돈으로 굴러가는 기관 모두 '초비상'이다. 당장 국세 가운데 관세 등을 제외한 내국세의 40%를 배정받는 지방정부·교육청의 지방교부세가 23조 원 줄어든다. 중앙정부는 전체 국세 감소분에서 지방교부세를 제외한 36조 원이 부족하다. 세수가 모자란 만큼 올해 실시하기로 한 사업을 제대로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인세 타격, 2년 연속 펑크 가능성도
기재부는 재정 사업 파행을 피하고자 활용 가능한 재원을 끌어모았다. 환율 방어를 위해 조성하고 있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빌려 간 자금 20조 원을 조기 상환하는 등 기금 여유재원 24조 원을 동원한다. 또 지난해 쓰고 남은 예산인 세계잉여금 4조 원, 연말까지 미처 쓰지 못하는 예산인 불용액도 투입할 방침이다.
불용액이 지난해 수준인 7조9,000억 원만큼 발생하면, 세수 펑크에 따른 사업 공백은 겨우 해소할 수 있으나 예단하기 어렵다. 실제 2021년 불용액은 3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작았다. 또 외평기금 조기 상환은 환율 급변동 시 대처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정부·교육청도 세수 펑크 대응을 위해 재정안정화기금을 구원 투수로 내세웠다. 기금은 올해와 달리 세수 호황이었던 2021, 2022년에 불어나 34조 원까지 쌓였다. 하지만 지방교부세 감소분 23조 원을 메우기 위해 기금을 모두 투입하긴 쉽지 않아 예산 부족을 겪는 지방자치단체 사업도 발생할 전망이다.
기재부가 367조 원으로 제시한 내년 국세 수입이 예상 대비 적어,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상반기에 가라앉은 경기 회복이 더딜수록 내년 법인세가 덜 걷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엔 올해처럼 기금 여유재원, 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59조 원 세입 결손은 재정 운용에 큰 압박을 줄 것"이라며 "일부 예산 사업은 지출 감소로 충격을 흡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