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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군사합의, 北 위반에도 파기 논의 신중해야

입력
2023.09.2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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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과 국방포럼이 기자회견을 열고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과 국방포럼이 기자회견을 열고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부속 합의서인 9·19 남북군사합의가 어제 5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이날 기념 토론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위반 사례가 현격히 줄었다”며 “사실상 최초의 실질적 군축 시작”이라고 자찬했다. 당시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남북한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지난 5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군사합의의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9·19 군사합의는 모든 공간에서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단, 군사분계선 기준 비행금지구역과 서해 완충수역 등을 설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수역에 수백 발의 포탄을 쏟아내는 등 5년간 17차례(올 1월 기준) 위반한 것으로 국방부는 판단했다. 그해 말 무인 정찰기를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인근까지 내려보내자 윤석열 대통령은 “다시 한번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한다면 군사합의를 일시 정지시키겠다”며 분노했다.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는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맞물려 군사합의 폐기를 요구하는 대북강경론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지키는 군사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측의 일방적인 파기가 초래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단견이다. 군사합의가 가지는 유무형의 억지 효과를 간과할 수 없고, 미래를 위한 담보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6자회담 합의를 포함해 분단 이후 북한과 맺은 양자, 다자간의 합의서 상당수가 북한의 일방적 위반과 무시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파기 선언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기 논의에 앞서 군사합의 준수를 위한 남북 소통, 합의의 발전적 보강 등을 우선 강구하는 게 합리적이다. 북 측에 끊임없이 합의서를 들이대는 한이 있더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절제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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