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매월 2차례 의무적으로 문을 닫는다.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최근 4년을 보니 대형마트가 쉬는 날 골목상권 매출은 줄어든 반면 온라인쇼핑몰 매출은 큰 폭 증가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결국 대형 온라인쇼핑몰 배만 불린다는 불만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2019~2022년 서울 대형마트 66곳과 반경 1㎞ 골목상권, 그리고 온라인쇼핑몰을 대상으로 의무휴업일 카드매출액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 주변 생활밀접업종 매출액은 대형마트가 영업한 일요일에 비해 1.7% 감소했다. 유동인구도 영업 일요일보다 0.9% 줄었다. 반면 의무휴업일 온라인유통업 매출액은 13.3% 늘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아예 외출을 않고 온라인쇼핑을 했다는 얘기다.
대구시가 엊그제 내놓은 통계도 맥을 같이한다. 대구시는 올 2월부터 의무휴업 요일을 일요일에서 매출이 적은 월요일로 바꿔 시행해 왔다. 의무휴업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한국유통학회와 함께 조사한 결과 휴업일을 월요일로 변경한 이후 골목상권 매출이 외려 늘었다고 한다.
통계가 보여주듯 의무휴업 규제가 처음 도입된 2012년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매출은 당시와 비슷한 반면,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쇼핑몰 매출은 2013년 39조 원에서 지난해 187조 원으로 5배가량 폭증했다. ‘대형마트-전통시장’의 경쟁 구도에서 ‘오프라인-온라인’ 경쟁 구도로 바뀐 지금, 의무휴업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를 패자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제 정부 차원에서 의무휴업의 손익을 면밀히 분석해 볼 때가 됐다. 대형마트와의 상생 협력 강화, 전통시장 온라인 판매 지원 등 보다 실효성 높은 지역상권 보호 대책이 있을 것이다. 대형마트 노동자 휴식권을 위해 의무휴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고용 확대를 통한 교대 근무 의무화가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더 이상 명분에만 집착하지는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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