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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에 ‘사실상 항복’ 파장… 아르메니아서 반정부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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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에 ‘사실상 항복’ 파장… 아르메니아서 반정부 시위 확산

입력
2023.09.21 09:22
수정
2023.09.21 14:53
0 0

"30년간의 싸움,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
항복 묵인한 총리 집무실에 유리병 투척
정부 청사 봉쇄... 광장에 군용 트럭 배치

20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도심에서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이후 휴전 협정 논의와 관련해 아르메니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예레반=EPA 연합뉴스

20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도심에서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이후 휴전 협정 논의와 관련해 아르메니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예레반=EPA 연합뉴스

카스피해 연안국 아르메니아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남부 캅카스 지역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이 자국 영토 내 분쟁 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포격을 가해 아르메니아계 자치 세력으로부터 사실상 항복을 받아내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아르메니아 정부가 이런 ‘굴욕’을 방치하고 묵인하기까지 했다는 이유에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아르메니아의 시위대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항복 선언'을 한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메니아 정부의 무력함에 대한 분노의 표출인 셈이다.

앞서 아제르바이잔은 전날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공격, 아르메니아 자치정부 군사시설 약 60곳을 수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아르메니아인 32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공식적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인이 주민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자치정부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간 분쟁 중재자를 자처하는 러시아가 최근 군사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자, 아제르바이잔은 이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취해 왔다. 그리고 급기야 대규모 포격까지 가한 것이다.

20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니콜 파시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예레반=로이터 연합뉴스

20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니콜 파시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예레반=로이터 연합뉴스

공격 이튿날, 러시아의 중재하에 아제르바이잔과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자치정부는 휴전 협정에 합의했다. 20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대테러 작전이 성공했고 우리는 주권을 회복했다”며 “(아르메니아계) 무장 조직이 항복하지 않았다면 우리 군은 끝까지 작전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파시냔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제르바이잔과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걸 환영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아르메니아 자치정부의 무장 해제를 놓고 21일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 내에선 반정부 시위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파시냔 총리가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인들을 지원하지 않은 파시냔 총리에 대한 항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는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의 정부 청사가 봉쇄되고 군용 트럭이 광장 주변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총리 집무실에 유리병과 돌을 던지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32)은 통신에 “우리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두고 30년 이상 싸웠지만, 이제 그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며 “전쟁에서 패한 파시냔 총리가 떠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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