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그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의 근거로 제시했던 ‘육사 중기발전계획’에 흉상 및 기념물 이전 내용은 일언반구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중기발전계획 작성 이후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21일 김병주·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함께 입수한 총 144페이지 분량의 문건인 '육사 중기발전연구서 2023-2030 육군사관학교 2030년을 향하여!'에 따르면, 육사는 △안보 및 교육훈련 환경 변화 △환경 변화를 고려한 개선 소요를 평가해 △교육체계 발전 △지적 역량 강화 △학교시설 발전 등 총 9가지에 걸친 육사 발전 분야별 구현 방안을 제시했다.
육사는 지난해 10월 6일 전성대 당시 육군사관학교장(소장·현 동원전력사령관)이 발간한 문건에서 "본 문서는 국방부, 육군본부 등 상급부대에 육사의 교육 발전에 필요한 정책적 소요를 제기하기 위한 지침서 역할"이라며 "중요한 교육정책을 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방향과 지침을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고 밝혔다. 또 "학교 발전을 위한 업무추진에 있어서 모든 부서 관계자들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방향을 추진하는 준거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중기발전연구서 문건에는 홍범도 장군 등의 흉상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서는 '학교시설 발전' 파트에서 "시설개선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구현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시설발전 로드맵을 작성하여 체계적·단계적으로 시설개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현재 홍범도 장군 흉상이 위치한 '충무관'은 신축 및 개수 목록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홍 장군 흉상의) 위치가 적절치 않다는 것은 육사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지금 이전 또는 재정비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육군은 종합계획 안에 흉상 이전 세부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시설물 재배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중"이라며 "(종합발전계획은) 전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고 거기에는 구체적으로 독립군의 흉상이 언급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 의원은 "흉상 이전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간된 육사발전종합계획에도 검토되지 않은 사안이고 육사 정체성의 강점으로 독립군, 광복군을 거론했는데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과 지적했다. 그러면서 "100만 인 서명운동을 통해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를 반드시 이루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홍범도기념사업회는 다음 달 6일까지 흉상 철거 백지화와 책임자 처벌, 국군의 정통성에 대한 내용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한편, 육사 종합발전계획 문건이 확인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육사 이전에 대해 육군 및 육사가 현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반기를 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충남지역 공약보고회에서 급변하는 대내외 안보환경에 적합한 미래지향형 국방·보안산업을 추진하기 위해 1조600억 원을 투입해 육사 논산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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