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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암 치료 중입자

입력
2023.09.22 16:00
수정
2023.09.24 09:5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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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세브란스병원 내 중입자치료센터에 중입자 가속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세브란스병원 내 중입자치료센터에 중입자 가속기가 설치돼 있는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지난해에도 암으로 8만3,378명(통계청 2022년 사망 원인 분석)이 숨졌다. 일반적인 치료법은 크게 수술과 약물, 방사선으로 나뉜다. 악성 종양을 직접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이 여의치 않다면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X선을 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

□그러나 X선은 몸속 암세포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생체 조직까지 손상시킨다. 정작 가장 많은 방사선을 쬐는 곳이 신체 표면이란 것도 문제다. 목표지점 암세포까지 닿는 방사선량은 절반도 안 된다. 이렇게 효과는 적은데 구토와 탈모, 피로, 식욕감퇴 등 부작용은 크다. 암 때문이 아니라 치료가 힘들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자와 가족들은 큰 고통에 시달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X선 같은 전자파 대신 양성자나 중입자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사선 치료법이 1954년 미국과 94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수소나 탄소 입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한 뒤 이때 나오는 에너지 빔을 암 환자에게 쏘면 정상적인 신체 조직은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특히 탄소 입자는 암세포 조직을 만났을 때 방사선 에너지를 폭발하듯 쏟아내며 파괴한다. 이러한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 한다.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소립자를 쓰면 양성자 치료, 수소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사용하면 중입자 치료라 하는데 후자의 효과가 더 크다. 암세포만 콕 집어 공격하는 데다 통증이나 부작용도 없으니 ‘꿈의 암 치료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수억 원을 들여 해외로 나가야 했다. 연세의료원이 무게가 220톤, 지름이 20m에 달하는 중입자 가속기(싱크로트론)와 치료 장비(갠트리)를 들여오며 국내에서도 치료받을 길이 열렸다. 3,000여억 원이 투자된 중입자치료센터는 4월부터 본격 운영됐고,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은 60대 환자의 암 조직이 제거됐다는 성과도 최근 나왔다. 다만 5,000여만 원(12회 기준)의 높은 치료비는 부담이다. 꿈의 암 치료법이 누군가에겐 그야말로 꿈에 그칠 수도 있다. 생사가 걸린 암 치료에도 빈부 격차가 존재한다면 인류가 암을 정복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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