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농축 허용' 요구하는 사우디에
"미국이 운영하는 시설 설치 방안 논의"
사우디 핵 보유·중동 군비경쟁 과열 우려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유엔총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사우디 우라늄 농축 허용’ 가능성을 두고 협상을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사우디 내에 미국이 운영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이스라엘이 미국과 조용히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자국 최고위 핵·안보 전문가들에게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시설 배치를 허용할 타협안을 도출하기 위해 미국 협상가들과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이 계획이 실현되면 사우디는 이란에 이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한 두 번째 중동 국가가 된다.
마크 두보위츠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대표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지지한다면 건국 당시부터 중동 지역의 핵 확산에 반대해온 나라, 그리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반대하는 데 평생을 바친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급진적인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이 지역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의 핵 보유를 반대해 왔다.
최근 미국은 중동에서 중국·이란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를 하게 되면 그간 자국을 배척한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에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사우디는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에 '한미 동맹' 수준의 안보 협력과 우라늄 농축 시설 배치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 시설 배치가 결국 사우디에 핵무기 보유의 길을 열어주고 나아가 중동 지역의 군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면 사실상 핵무기 개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설이 핵무기 개발에 악용되지 않도록 원격 통제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WSJ는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격으로 시설을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고 지적한다"고 꼬집었다.
두보위츠 대표는 "총알 한 방이면 사우디에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며 "만약 급진 이슬람주의자가 장악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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