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남녀 골프에서 13년 만의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에 ‘캐디 리스크’ 경계령이 내려졌다. 대회 기간 동안 현지 골프장의 중국인 캐디와 함께 경기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대회 직전에야 캐디를 배정받을 수 있어 캐디와의 소통과 그의 경기장 파악 능력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골프 종목은 선수가 직접 고용한 캐디를 경기에 동반할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은 골프장 소속의 하우스캐디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회와 다른 점은 개최국 중국이 대회가 열리는 항저우 서호 국제 골프클럽에 대한 사전 연습을 허용하지 않아 왔다는 점이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물론 어느 나라도 현지답사가 불가능했다.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에서 사전 연습은 더더욱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만 하더라도 대회 1년 전부터 코스 적응과 현지 베테랑 캐디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꾸준히 현지답사를 했고, 손발이 맞는 하우스 캐디를 골라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사전 연습을 할 수 없어 대회 직전까지 현지 하우스 캐디들과 호흡할 기회가 없다. 여기에 4라운드 내내 같은 캐디를 배정받을지, 라운드별로 다른 캐디를 배정받을지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골프 선수에게 캐디는 단순히 골프백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경기장의 풍향과 지형, 지물 등을 파악해 선수에게 조언해 주는 것은 물론 심리 코치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따라서 일면식도 없는 중국인 캐디와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해당 캐디가 골프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영어 등을 통한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여부도 변수다. 골프는 캐디가 규칙을 위반하면 선수가 벌타를 받게 돼 있어 ‘캐디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한화클래식 1라운드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이예원이 퍼트를 하는 동안 캐디가 우산을 씌워줬다가 2벌타를 받았다. 골프 규칙 10.2b(5)에 따르면, 플레이어는 물리적인 도움과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의 제거 및 그 밖의 요소로부터의 보호를 받는 상태에서는 스트로크를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애덤 솅크는 2019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 2라운드 17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는 도중 캐디가 공의 후방에 서 있어서 2벌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골프 종목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는 중국이 자국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골프 여자부에 세계 1위 인뤄닝과 12위 린시위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려 개인전과 단체전 싹쓸이 금메달을 노리고 있고, 남자부 역시 최강인 한국과 메달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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