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
주인공으로 나선 윤현민·유라
'가문의 영광'이 '가문의 영광: 리턴즈'의 옷을 입고 돌아왔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2002년 개봉한 '가문의 영광'이 새롭게 돌아오기까지 21년이 걸렸지만 그 시절의 작품에 비해 이야기도, 개그 요소들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잘 나가는 스타 작가 대서와 가문의 막내딸 진경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씨 가문의 결혼성사 작전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누적 스코어 약 2,000만 명을 자랑하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컴백을 알렸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아왔다. 윤현민이 대서를, 유라가 진경을 연기했다.
리메이크작답게 영화는 2002년의 '가문의 영광'과 매우 흡사하다. 주인공의 이름이 대서와 진경으로 동일한 것은 물론, 전개까지 유사하다. 이전의 영화처럼 대서 진경이 어느 날 아침 한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두 사람의 복잡한 관계가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의 무서운 오빠들이 찾아와 가계도를 보여주며 집안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엘리베이터 장면 등 많은 신들이 '가문의 영광' 때와 비슷하다. 이 외에도 작품의 많은 이야기 줄기들이 '가문의 영광'과 동일하다.
그러나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 속에서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 통하긴 어렵다. 지금의 K-콘텐츠들과 비교해 보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많다. 물론 몇몇 장면들이 추가되긴 했지만 영화의 매력을 크게 높일 만한 부분들은 아니다. 지나치게 과장된 느낌의 개그 포인트들은 관객 모두를 웃게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망가짐을 불사한 고윤의 노력이 돋보이긴 하지만 코 옆에 붙인 커다란 점을 붙인 그의 모습도 재미를 더하긴커녕 올드해 보이기만 한다. 얼굴만으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시대는 지났다.
2002년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은 배우진이다. 2002년 정준호가 연기했던 대서 역과 김정은이 그려냈던 진경 역을 이번엔 윤현민 유라가 맡았다. 캐스팅을 마치기까지 제작진에겐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새다. 정태원 감독은 제작보고회를 찾았을 때 윤현민 유라 캐스팅 과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첫 번째 초이스는 아니었다. 얼마나 많은 배우들에게 책을 돌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윤현민과 우연히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배우가 없으니까 (윤현민이) 시간이 되나 싶었다. '연락을 해 봐라. 시간이 되는지 알아봐라. 된다면 책을 한 번 줘 봐라' 했다. 윤현민씨가 바로 직접 전화를 줬다"고 했다. 유라와 관련해서는 재밌게 본 'SNL' 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의 지나치게 솔직한 이야기에 탁재훈은 "감독님이 미쳤나 보다"라며 당황했다.
새로운 대서와 진경이 된 윤현민과 유라는 어색함 없이 맡은 역할을 소화해 냈다. 유라의 화려한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과 정준호가 '가문의 영광' 당시 보여줬던 매력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젠 올드해져 버린 같은 이야기, 유행과 제법 거리가 있는 개그 코드를 선보이면서 윤현민 유라라는 무기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새로운 '가문의 영광'에 영광은 없는 걸까. '가문의 영광'이 '가문의 영광: 리턴즈'로 돌아오기까지 21년이 걸렸지만 내용도, 개그도 큰 발전이 없었다. 다만 김수미의 말맛을 살린 연기만은 2002년의 '가문의 영광'에 없는 매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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