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2023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 공연서 흔들림 없이 노래
'모두의 안녕' 바라며 세월호 추모 '강' 불러 타인의 고통 환기하고 '고잉 홈'으로 좌절한 청춘 응원
'윤아 언니 파이팅' 플래카드도
모로코에선 강진으로 수천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한국에선 1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동료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거리에서 통곡했다. 가족, 동료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으로 안팎의 눈물이 마르지 않을 때 김윤아는 처연한 목소리로 '강'을 불렀다.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아트 포레스트 페스티벌' 무대. '강'은 김윤아가 2016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발표한 곡이다. 김윤아는 "혹 그런 사람 있으세요?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들어달라"고 말한 뒤 '강'을 부르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뜨린 검은색 시스루 상의를 입은 그는 바이올린 선율이 흐느끼듯 울려 퍼지는 가운데 두 손을 가슴에 포갠 뒤 한동안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강'이 실린 그의 솔로 앨범 제목은 '타인의 고통'.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9,000여 관객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고통을 떠올리며 숨죽여 이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 관객은 눈물을 훔쳤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 지난달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김윤아는 집권 여당 대표로부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직격당했다. 하지만 그는 무대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밴드(자우림)가 아닌 홀로 이날 무대에 선 그는 '야상곡' '봄이 오면'을 비롯해 앙코르 곡 '봄날은 간다' 등 여덟 곡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공연 중반 의자에 앉아 '유리'를 나직하게 시작했던 그는 곡 후반 의자에서 일어나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곧잘 깨져서는 서로를 할퀴네"라고 힘주어 노래했다. 곡에 담긴 씁쓸함은 요즘 그의 처지와 어울린다. 김윤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비판하는 글을 쓴 뒤 여권을 지지하는 누리꾼들로부터 '집단 공격(악플)'을 받았다. 여당 지도부가 잇따라 나서 연예인의 발언에 날을 세워 논란에 기름을 부은 여파였다. 김윤아의 "지옥" 발언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고 해도, 연예인들에 대한 권력의 압박은 마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연상시킨다.
이런 상황은 "절망처럼 검은 밤이면 덩굴처럼 얽혀서 가시 돋친 꽃을 피우"는('유리') 현실과 포개졌다. 김윤아는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쓸쓸하게 읊조리며 곡을 마쳤다. 객석에선 '윤아 언니 파이팅'이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김윤아는 이날 모두의 안녕을 바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제 (공연) 마지막 곡으로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 있다"며 '고잉 홈'을 불렀다.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란 따뜻한 희망의 노래가 흐르자 관객들은 휴대폰 조명을 하나둘씩 켜 어둠이 내려앉은 공연장을 환하게 밝혔다. 김윤아는 공연장을 떠나면서 '손키스'를 건넸다. 공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김윤아님, 아트포레스트페스티벌에서 처음 뵀습니다. 앞으로 1년 또 살아갈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kt2****)란 글이 올라왔다. 김윤아는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치적 발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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