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며 '펜싱 코리아'의 위상을 보여줬다. 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독식한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김희정(금메달), 현희(은메달) 이후 21년 만이다.
최인정(계룡시청)은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 준결승에서 송세라(부산광역시청)를 9-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금메달과 은메달을 확보한 '집안싸움'은 감독석이 빈 상태에서 진행됐다. 대표팀 동료인 최인정과 송세라는 조용한 긴장감 속에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둘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8-8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마지막 연장 라운드에서 최인정은 회심의 한 방을 송세라의 팔 쪽에 꽂으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인정은 한국 펜싱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에 '펜싱팀 막내'로 참가해 단체전 은메달을 따내며 활약했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선 신아람과 준결승에서 맞붙어 개인전 동메달에 머무르면서도 "상대가 아람 언니라 덜 아쉽다. 언니가 금메달을 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혀 팬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인정은 유독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2014년 인천 대회 단체전 은메달을 비롯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동메달까지, 늘 1%가 부족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그랑프리대회에서 정상에 올랐고, 올해 초까지 여자 에페 개인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오른 기세는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닿았다.
최인정에게 패한 송세라는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다. 아쉽지만 2014년 최인정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로 선배의 승리를 축하했다.
신장 164㎝의 '작은 거인' 송세라는 펜싱계에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 기술을 익혔고, 결국 세계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선 한국 펜싱 사상 20년 만에 여자 에페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다리로 많이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다리 중심적으로 훈련을 많이 한다"며 "예전엔 외국 선수들이 키 작으면 무시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유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 아시안게임 펜싱 첫날을 금메달과 은메달로 시작한 한국 펜싱은 25일 개인전 4연패에 도전하는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을 앞세운 남자 사브르와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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