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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삼성을 더 앞서간다

입력
2023.09.25 16:00
수정
2023.09.25 16:14
26면
0 0
정영오
정영오논설위원

반도체 매출 1위 차지한 대만 TSMC
탄소중립 추진에서도 삼성 추월 선언
‘CF연합’보다 RE100이 더 시급해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차지한 대만 TSMC 로고가 PC 주기판 사이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차지한 대만 TSMC 로고가 PC 주기판 사이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지난 15일 ‘RE100’ 달성 목표를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사용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기업 간 협약이다. 탄소 발생량이 무역장벽의 주요 기준이 되면서, RE100은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같은 날 삼성전자도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는데,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2050년으로 설정했다. TSMC가 지난해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삼성전자로부터 넘겨받은 데 이어, 탄소 중립에서도 앞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RE100 추진이 부진하다. TSMC의 미국과 중국 공장의 경우 100%에 도달했지만, 대만은 10% 수준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도 주요 해외 공장은 100% 전환했지만, 국내가 부진해 전체 전환율이 23%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탄소 중립 경쟁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겠다고 선언한 자신감은 대만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 발전을 시작하는 920㎿(메가와트)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창화 2b&4’에서 생산될 모든 전력을 20년간 고정 가격으로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국내 공장 재생에너지를 주로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입이나 전기요금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녹색요금제 등 간접적 방법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크게 늘리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TSMC처럼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제도를 지난해 만들었다. 이마저도 우여곡절 끝에 올해 겨우 정비돼 삼성전자도 뒤늦게 PPA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2030년까지 대만 내 재생에너지 공급을 현재의 4배인 90TWh(테라와트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RE100 적용가능한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97.8TWh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두 배 이상 큰 것을 고려하면, 대만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2030년 국내 기업 재생에너지 추정 수요의 60%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도 미래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힘든데, 우리 정부는 내년 기후 대응 예산을 2조7,000억 원이나 삭감했다. 현 정부가 스스로 설정한 기후 위기 대응 목표에도 16%나 미달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투자에 소극적인 것은 국제경쟁력이 없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설비 건설부터 폐기까지 비용을 집계한 균등화발전비용(LCOE)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중국 인도 미국보다는 비싸지만, 수출 경쟁국인 독일 일본보다는 저렴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태양광과 풍력 설비 제조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다.

그럼에도 원전 중심의 발전 전략을 우선시하는 주요 이유는 발전과 송전을 집중화해 효율을 높이는 과거 패러다임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발전비용만 놓고 보면 원전이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저탄소 전력원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해야 한다. 하지만 원전과 달리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송전망을 함께 갖춰야 한다. 단기간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힘든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탄소중립 에너지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CF(Carbon Free) 연합’을 제안했다. 물론 CF연합에 참여할 국가를 늘리는 것은 우리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기업에는 원자력을 배제하는 RE100을 실천하는 것이 훨씬 시급한 과제다. 이런 현실적 고민을 외면한 채 원자력만 고집하기에는 경제와 국제 무역 상황이 만만치 않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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