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11세 고양이를 기르고 있습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이 건강하지만, 최근 눈이 하얗게 변해 병원에 가보니 백내장이 생겼다고 합니다. 양쪽 다 꽤 심화된 백내장 3기로, 예전보다 간식을 잘 못 찾아 먹고 앞이 잘 안 보이는지 소심해져 마음이 안 좋아요. 고양이 백내장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더 나이 들기 전 백내장 수술하는 게 좋을까요? 수술 후 마취 때문에 오히려 건강이 악화될까봐 걱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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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엔 고양이가 백내장을 진단받아 걱정이 크신 보호자분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백내장이 심해지면 고양이는 시력이 떨어져 작은 물건을 잘 찾지 못하고, 물건 모서리에 부딪히는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 백내장이란?
그렇다면 고양이 눈에 발생하는 백내장이란 어떤 질환일까요? 백내장이란 눈의 구조 중 수정체(멀고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초점이 잡히도록 원근 조절해주는 렌즈)가 하얗게 혼탁해져 시야를 가리는 질환을 말합니다. 질병의 심도에 따라 아래와 같이 1~4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백내장 단계]
1기 : 초발(incipient cataract) |
백내장이 수정체의 15% 이하로 발현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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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 미숙(immature cataract) |
백내장이 수정체의 15~100%로 발현되어 시력을 저하시키나, 빛은 통과할 수 있는 경우 |
3기 : 성숙(mature cataract) |
수정체 전반에 백내장이 발현되고, 빛 통과도 저해되어 시력이 나빠진 경우 |
4기 : 과숙(hypermature cataract) |
수정체가 딱딱하게 경화되거나 액체처럼 액화되기도 하며, 포도막염(눈안의 염증), 녹내장(안압이 올라 실명할 수 있는 질환) 등의 합병증이 유발되기 쉬운 단계 |
백내장 초기엔 통증이나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 않지만, 질병이 진행되면 상당한 시력 저하뿐 아니라 합병증을 초래해 눈을 잃게(심할 경우 안구 적출) 될 수도 있습니다. 백내장은 어두운 곳에서 불을 비추었을 때 눈동자가 뿌옇게 관찰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는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평소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을 때 안과 검사도 꼭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고양이 백내장 원인
그렇다면 고양이에게 백내장이 유발되는 원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히말라얀, 버만, 브리티쉬 숏헤어 같은 품종들은 백내장이 유발되기 쉽습니다. 또 외상이나 염증, 특히 고양이는 눈 안 혈관 구조에 염증이 생기는 포도막염이 있는 경우 백내장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백내장이 유발될 수 있기에, 평소 적절한 건강관리를 해주는 것이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 백내장 치료방법
백내장이 생긴 경우라면 가장 권고되는 치료 방법은 수술입니다. 수술법은 ‘수정체 유화술(phacoemulsification)’이라 불리는데요. 수술용 초음파 기구를 이용해 변성된 백내장을 제거하고 흡인(빨아들임)해 기존 수정체를 없애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방법입니다. 백내장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해 안약을 점안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큰 편은 아니기에 백내장에서 원칙적인 치료는 수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령묘 백내장 치료 시 주의할 점
다만 수술은 보호자분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위험도가 동반됩니다. 건강 상태가 좋은 경우 마취 위험도는 낮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 위험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마취 후 기저질환이 심화되거나, 수술 후 염증 관리를 위한 약물 등이 건강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노령묘라면 수술을 진행하기 전에 기저질환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연자분의 고양이는 간식을 잘 찾아 먹지 못하는 등 시력 저하가 이미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백내장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특히 양측으로 백내장이 진행되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11살이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검진상 건강한 것으로 진단되었다면 기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수술의 이점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다만 간략한 검진으로 건강상태를 평가해서는 안 되고, 질병을 조기에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진단해야 안전합니다.
만약 검진상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면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백내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지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고령의 고양이 경우 초기 백내장은 그 자체로 통증이 없고, 시력 저하를 유발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고양이는 사물을 판단할 때 시력에 의존하는 정도가 사람에 비해 낮습니다. 또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을 잘 이용하기 때문에 시력이 저하된 경우에도 생활환경이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삶의 질이 유지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백내장이 심해지는 경우 이차적인 염증이 발생하거나, 안압이 상승하는 녹내장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눈 상태를 잘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안과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눈이 혼탁해 보인다고 모두 백내장은 아닙니다. 각막(홍채와 동공을 보호하는 눈 앞쪽의 투명한 막)이 혼탁해지거나, 염증으로 인해 전안방(눈알 안의 홍채와 각막 사이의 빈 곳)이 뿌옇게 변하는 경우, 핵경화(수정체 섬유가 노화되는 것) 등도 육안으로 눈이 혼탁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임의로 백내장으로 진단해서는 안 되고, 고양이 눈에 변화가 보인다면 꼭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일부 안과 질환에서는 수일 이내에 시력이 소실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검진받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고양이의 눈은 우주를 닮아 너무 아름다운데요. 이런 아름다운 눈이 혼탁해지고, 더 나아가 시력이 떨어져 고양이가 고생한다면 보호자의 마음은 너무 안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연자분의 선택에 이번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고양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오래오래 보호자분과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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