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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패를 알면 유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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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패를 알면 유단자

입력
2023.09.27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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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박지현 4단 백 이창호 9단
본선 16강 <5>

5보

5보


9도

9도


10도

10도


바둑에서 패는 일종의 특수 룰이자 천변만화(千變萬化)를 일으키는 요물 같은 존재다. 동형반복 금지라는 룰 때문에 흑백 모두 다른 곳에 한 턴을 소모해야 하기에 온갖 변화의 빌미가 된다. 패가 어려운 이유는 바둑을 구성하는 역량의 총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팻감의 개수가 누가 더 많은지 세는 데엔 반드시 수읽기가 필요하다. 만일 팻감이 부족하다면 패를 포기하고 최대한 이득 보는 선이 어딘지 계산해 내야 한다. 크기 계산과 이후 상황에 대한 형세 판단이 절대적이기에 계산 영역 역시 필수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유단자급부터는 다양한 패 상황을 처리하는 방법이 곧 실력의 척도다. 바둑을 이끄는 두 가지 축이 바로 수읽기와 형세 판단이기 때문에 결국 패를 즐길 줄 알아야 바둑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패의 공식을 조금씩 이해할수록 두세 단계의 장벽을 단번에 뛰어넘는 엄청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좌상귀 백 대마의 생사가 걸린 패가 진행된다. 흑은 좌하귀 여덟 점을 살리자는 것이 전부 팻감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창호 9단이 백5로 후퇴하자 박지현 4단은 잠깐 고민한다. 9도 흑1로 패를 해소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 백8까지 흑이 선수 끝내기를 한 뒤 흑9, 11로 우하귀 백 석 점을 잡으면 약간이나마 흑이 우세한 형세. 그러나 박지현 4단의 선택은 실전 흑6. 고민하는 동안 형세 판단이 아닌 팻감 개수를 세어본 모양이다. 이후 이어진 긴 수순은 쌍방 간의 팻감 사용. 흑34가 박지현 4단이 준비해 둔 팻감 개수를 크게 늘린 결정타였다. 10도 백1로 해소한다면 흑2, 4가 선수로 작용해 흑6까지 흑 대마가 되살아난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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