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간담회서 “가장 우려되는 동북아 상황”
“미중, 수출 통제 등 갈등에도 고위급 교류 지속”
“반도체법 가드레일 발표, 기업 불확실성 해소”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가 26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가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위협인 만큼 한미 동맹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 갈등 요인에도 미중 간 고위급 인사 접촉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조 대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연 정례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가장 우려되는 동북 안보 상황으로 북한·러시아의 협력 강화를 꼽으며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전시 물자 수급이 어려운 러시아와 소위 위성 발사(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실패한 북한이 서로 거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우리 안보와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에 대한 어떤 위협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불법 행위와 도발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연대해 단호히 대응할 수 있도록 우방국(미국)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핵협의그룹(NCG)을 비롯한 한미 간 확장 억제 관련 논의와 한미일 3자 간 안보 협력 등을 북한 위협 차단 수단으로 거론했다.
한미는 북러 간 무기 거래 관련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 위기에서 잠시 비켜나는 분위기다. 조 대사는 최근 잇달아 성사된 미중 고위 인사 간 회동에 대해 “(아슬아슬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및 첨단 기술 대중 수출 통제 등 미중 간 갈등 상황에서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간 회담이 개최된 뒤 이어져 온 미중 간 고위급 교류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동력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상황 관리 의지다.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준비 중인 미국은 APEC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국이 미국에 시 주석 참석 여부를 공식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미중 간 추가 고위급 접촉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미국, 대중국 관계 개선에 한국 활용 심산인 듯
미국은 대중 관계 개선에 동맹국인 한국도 활용하려는 기색이다. 한중 양자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을 통한 한국 정부의 대중국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공유한 정보를 대중국 관여(대화) 정책 손질에 이용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22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 장치)과 관련해서는 “미국에 투자하는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는 그간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중국에서 운영 중인 공장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조 대사 논평이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미국 상무부 등과의 채널을 활용해 협의해 왔고 기업도 상무부에 의견을 전달했다”며 “정부는 미국 행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기업에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가드레일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법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미국의 전략 경쟁 상대인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데 제한을 두기 위한 장치다.
다음 달 끝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장비 중국 내 생산 시설 반입 금지 유예 기간 추가 연장 요구는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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