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26일 CBS라디오 인터뷰
"비 오는 날 군 자산 과시 불필요"
"행사 주인공은 대통령 아닌 국군"
국군의날을 기념해 10년 만에 도심에서 열린 시가행진에 대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과시용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군이 주인공이어야 했을 행진이 "대통령을 위한 행사 같은 느낌"으로 전락했다고도 비판했다.
탁 전 비서관은 2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퍼레이드 자체가 일종의 과시 용도이기 때문에 참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열병식 등 행사를) 자주 하는 북한은 겁먹은 사람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듯 '쫄아서' 그런 것"이라며 "북한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효한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숭례문과 광화문광장을 잇는 도로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대규모로 26일 진행됐다. 이날 병력 4,000여 명, 장비 170여 대가 동원됐고 현무 미사일·장거리지대공미사일·무인기 등 최신 장비들이 공개됐다. 미 8군 주한미군 전투부대원 등 300여 명도 처음으로 시가행진에 참가했다. 대통령실은 현직 대통령이 시가행진에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가행진 기념사에서 "우리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 "강한 군대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하며 군 자산의 위용을 과시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딱 북한식 사고방식"이라며 "비 오는 날 전략 자산을 끌고 나와야 할 정도로 북한이 우리 자산의 존재를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 맞은 장비를 전부 닦고 말려야 할 텐데 그 정비 과정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대통령이 주인공인 듯한 행사 진행이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군의날 열병식도 대통령이 마지막 퍼레이드를 끝낸 장병들 사이로 들어가 짧게 한마디 하고 박수갈채받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걸 봤다"며 "국군의날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군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마지막 국군의날 행사와도 비교했다. 탁 전 비서관은 "당시 (마지막 국군의날) 행사는 군인들이 실제 작전 수행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고, 이 기회에 군 자산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게 병사들에게도 도움이 됐었다"며 "그런 경험이 중요하지 저렇게 비 맞고 퍼레이드 하는 게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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