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영장심사는 대치 국면의 절정
국민들 여아 '적대적 공생' 민낯 확인
정치 원로들, 계속되는 강대강 대치에
"이재명 리스크 사법부 판단에 맡기고
영장 기각 계기로 민생 경쟁을 펼쳐야"
지난해 대선 이후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중심축 삼아 극한 대치를 벌여왔다. 지난 21일 이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과 26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대치 국면의 절정이었다. 그러는 동안 정치의 과제인 민생 해결과 비전 제시는 유예됐고, 국민들은 여야 간 적대적 공생의 민낯을 확인했다.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더 이상 정치화하지 말고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야 원로들도 "여야가 국민만을 바라보며 민생 경쟁을 벌이는 게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추석 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원 기각 결정에 여야 날 선 반응부터
27일 법원의 기각 결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한껏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사법부가 정치 편향적 일부 판사들에 의해 오염됐다"고 주장했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무리한 정치수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 대표가 영장 기각 직후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힌 것이 무색할 정도다.
여야 간 강대강 대치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불안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현재 '여소야대' 지형을 극복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정권교체에 머물 것이라는 불안이 크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다수당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이 대표처럼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
사생결단 식 정치... 무당층 36%
이러한 인식 하에선 여야는 내년 총선까지 지금과 같은 '사생결단' 식 정치에 함몰될 수밖에 없다.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 누가 다수당을 차지한들 이 같은 악순환은 반복될 공산이 크다. 연말까지 '상저하저' 형 경제 한파가 전망되고 있고 경제 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에서 여야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대한 우려는 정치권을 넘어 일반 국민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이날 YTN과 엠브레인퍼블릭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무당층(36.0%)이 민주당 지지층(34.5%)과 국민의힘 지지층(27.0%)보다 많은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사법리스크 잠시 매듭... 여야 타협·정책 경쟁으로
정치 원로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사법리스크 공방보다는 정책 경쟁으로 전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여야가 (영장 기각을 계기로) 이제 정기국회를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경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내년에 닥칠 여러 현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여야가 합심해 정기국회를 성공리에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임고문인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이번 영장 기각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을 지배했던 가장 큰 이슈가 잠정적으로나마 매듭지어진 것"이라며 "일단 여야가 화해와 타협에 나서면서 정치다운 정치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을 두고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상호 인정을 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 복원 키를 쥔 윤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복원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만남에 소극적이면 김기현 대표라도 나서서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한 대치 장기화로 민생이 표류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과 여당이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총선 결과는 언제나 민심에 의해 좌우됐다"며 "국민은 그냥 상식을 원할 뿐이다. 여야 모두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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