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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어때서?" 인식 변화에 동참하는 여성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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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어때서?" 인식 변화에 동참하는 여성 스타들

입력
2023.09.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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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매력 뽐낸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오드리
여성 외모 향한 인식 변화, 계속되는 중

오드리는 개인 SNS에서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며 당당한 매력을 뽐냈다. 오드리 SNS

오드리는 개인 SNS에서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며 당당한 매력을 뽐냈다. 오드리 SNS


저는 털이 자연스럽고 멋진 거라고 생각해요!

미국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등에 난 털을 면도했는지 묻는 네티즌에게 남긴 SNS 글이다. 그의 답변은 짧지만 명료했다. 레이첼 지글러의 깊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간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여성 연예인과 털이라는 글자를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참가 팀인 잼 리퍼블릭 멤버 오드리 덕분이다. 크루곡 퍼포먼스 대중 투표 영상 속 오드리는 민소매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가 화려한 안무를 소화할 때 겨드랑이 털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존의 한국 여성 아이돌 가수, 댄서의 퍼포먼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비주얼에 자연스레 네티즌의 이목이 집중됐다.

오드리는 개인 SNS에서도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하며 당당한 매력을 뽐냈다. 그를 바라보며 낯섦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지만 많은 팬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오드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며 대중이 여성 연예인들의 털과 관련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진 않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간 한국 아이돌들은 털의 흔적조차 없는 겨드랑이를 보여주며 클겨(클린한 겨드랑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받곤 했다. 남성 아이돌의 경우 겨드랑이 털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으나 여성에게는 특히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

털 향한 시선, 달라질 수 있을까?

김나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니플 패치의 편리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나영 SNS

김나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니플 패치의 편리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나영 SNS

앞서 영화 '색, 계'를 통해 여성의 겨드랑이 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2007년 개봉한 이 작품 속 탕웨이는 겨드랑이 털을 노출했는데 이러한 모습이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색, 계'가 여성 연예인의 털을 향한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진 못했다. 이후 2015년 tvN 'SNL 코리아6'는 '색,계'를 패러디했는데 신동엽은 탕웨이로 변신한 채정안의 겨드랑이 털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은 'SNL 코리아'에서 웃음 포인트로 사용됐다. 대중이 여성의 겨드랑이 털과 관련해 갖고 있던 인식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중이다.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전보다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향한 잣대가 느슨해지고 있다. 노브라 패션이 대표적인 예시다. 과거에는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노브라 패션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래지어의 착용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은 상황이다.

스타들의 당당한 발언은 이와 같은 대중의 인식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 방송인 김나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니플 패치의 편리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우 황승언은 수영장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일부 네티즌들은 가슴 모양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자 황승언은 한 네티즌에게 "수영장에서 남자들은 아예 다 벗고도 있는데 문제 되는 게 있을까요? 저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알아서 걱정스러운 맘에 주신 댓글인 거 알아요"라는 답글을 달았다.

대중의 인식이 성숙해지는 중이고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많은 만큼 털을 향한 시선도 시간이 흐르며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본지에 "여성의 외모에 대해 우리 사회에 엄격한 잣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게 여성에 대한 편협한 태도이고 더 나아가서는 차별일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사회의 잣대가 완화될 수밖에 없다. 털 등 여성의 외모에 대한 과거의 엄격한 기준은 점차 사라질 듯하다"고 말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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