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불이행 시 과태료…CBAM 대상품목 중 철강 89% 차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 의무가 1일 시작됐다. 철강 등 제품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2026년에는 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본격 시행 전 2년 동안은 각 기업별 탄소배출량을 가늠하는 '전환 기간'으로 1일 배출량부터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그만큼 수출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CBAM을 '위기이자 기회'로 삼아 탄소 감축을 위한 장기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BAM은 사전에 승인받은 신고인만 EU 역내로 철강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 수소 등 6개 품목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신고인은 전년도에 수출한 상품의 탄소배출량만큼 CBAM 인증서를 사야 한다.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때 해상 운송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도 더한다. EU에서 멀리서 수출하는 기업일수록 인증서를 비싸게 사는 셈이다. 단 원산지에서 지불한 탄소세가 있다면 깎아준다. 이달부터 측정하는 탄소배출량은 12월까지 모아 내년 1월에 CBAM 전환기관 등록부에 낸다. 매 분기마다 해당 분기 종료 후 한 달 이내 CBAM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내년 한 해는 우리나라의 산정 방식대로 보고할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EU가 정해준 방식만 적용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對)EU 수출액 681억 달러 중 CBAM 대상 품목의 수출액은 51억 달러(7.5%)다. 특히 CBAM 대상 품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9.3%(45억 달러)에 달해 철강업계가 CBAM 시행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알루미늄은 10.6%(5억4,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전문가들 "①국제협력 ②기술혁신 ③탄소경영전략 필요"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수출 기업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알려진 CBAM 규정으로는 당장 우리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본다. 강성진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은 지난달 2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글로벌 대전환 시대, 한국의 대외경제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CBAM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면 경쟁력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의 '미리 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시행 기간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EU 주요 철강 수입국의 탄소 배출 집약도는 우리나라가 달러당 0.18kg으로, 인도(2.01kg/달러), 중국(0.52kg/달러), 러시아(0.61kg/달러), 우크라이나(1.48kg/달러), 튀르키예(0.27kg/달러) 등 주요 수출국에 비해 낮다. 국내 탄소배출권(K-ETS)으로 CBAM인증서 구입 비용을 더 줄일 수도 있다.
다만 제품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는 CBAM 본격 시행 시 우리나라의 대EU 철강 수출 비용이 15% 늘 거라고 예상했다. EU 집행위가 CBAM 적용 품목을 철강 등 6개 품목보다 더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U가 추가 검토 중인 유기 화학물, 플라스틱 등의 EU 수출 비중은 전체의 10.2%로 높은 편이다.
결국 수소환원제철 등 철강 분야의 탄소감축 기술 개발과 K-ETS 인정 정도에 따라 CBAM 인증서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강 학회장은 "우리가 국제 협력에 적극 나서고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해야 지금 위기 상황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도 "주요국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저탄소 배출 상품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은 탄소 중립 경영, 저탄소 공급망 재편 등 장기적 탄소 경영 전략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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