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의 ‘르네상스’가 활짝 열렸다. 과거 박태환이 홀로 이끌던 시대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22개(금 6, 은 6, 동 10개)의 역대 최다 메달을 수확했다. 14개 종목에서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9일 여자 혼계영 400m 결선을 끝으로 41개의 금메달이 걸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영 일정이 모두 종료된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총 1개의 금메달을 따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한국 수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부흥을 알렸다.
이번 대회 한국 수영 경영은 무려 22개(금 6, 은 6, 동 10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2006년 도하 대회의 16개(금 3, 은 2, 동 11개)보다 6개나 많다.
한국 수영 경영이 '아시안게임 최고 성과를 올린 대회'로 기억했던 2010년 광저우 대회(금4, 은 3, 동 6개)보다 금메달도 2개 많았다.
사실상 박태환이 메달 레이스를 주도했던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와 달리 이번 항저우에서는 황선우를 주축으로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이 나온 점도 의미가 크다.
출전한 계영 6개 종목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메달을 따는 등 무려 14종목에서 한국 기록을 작성한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아시안게임이 1951년 창설된 이래 처음으로 일본보다 많은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총 메달 수에서는 22개로 일본(30개)보다 적었지만, 금메달은 6개로 일본(5개)보다 1개 많았다. 중국과 일본이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줄곧 '경영 2강'을 형성했는데 한국이 이를 깨트렸다.
간판 황선우는 가장 많은 6개(금 2·은 2·동 2)의 메달을 목에 걸었고, 고교생 국가대표 이은지도 5개(은 1·동 4)의 메달을 수확했다. 김우민(금 3·은 1), 이호준(금 1·은 2·동 1), 이주호, 최동열(이상 은 2·동 2)도 나란히 4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황선우는 2관왕(남자 자유형 200m·계영 800m), 김우민은 3관왕(남자 자유형 400m·800m·계영 800m)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최초로 2명의 수영 다관왕을 배출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이 된 김우민은 '전설' 최윤희(1982년 뉴델리), 박태환(2006년 도하·2010년 광저우)에 이어 3번째 수영 3관왕에 등극했다.
한국 수영은 오랜만에 의미 있는 기록도 작성했다.
여자 배영 100m와 200m에서 동메달을 딴 이은지는 1986년 서울 대회의 최윤희(100·200m) 이후 처음으로 단일 대회에서 여자 배영 메달 2개를 목에 건 선수가 됐다. 무려 37년 만에 경사다.
황선우는 2010년 광저우 대회의 박태환 이후 처음으로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을 가져왔다. 또한 역대 2번째 자유형 100m 메달리스트도 됐다.
특히 자유형 200m에서는 황선우가 1위, 이호준이 3위에 올라 겹경사를 누렸다. 한국 남자 수영 사상 단일 종목에서 2명의 선수가 메달을 딴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자유형 1500m 조성모(은메달)과 한규철(동메달) 이후 21년 만이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한국이 약세를 보이던 단거리 종목에서 의미 있는 금메달이 나왔다.
지유찬은 남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 21초84의 한국신기록, 대회 신기록을 써내더니 결선에서 이를 21초72로 줄이며 '깜짝 금메달'을 일궜다. 2002년 부산 대회의 김민석(공동 1위) 이후 21년 만에 남자 자유형 50m 우승이다.
백인철도 접영 50m에서 예선과 결선에서 거푸 한국기록과 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인철은 1998년 방콕 대회 여자 접영 200m 금메달을 획득한 조희연에 이어 2번째 아시안게임 접영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남자 수영으로 범위를 좁히면 백인철이 사상 첫 대업을 달성했다.
기록도 많이 쏟아냈다. 남자 계영 800m는 7분01초73을 기록,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남자 자유형 50m 지유찬(21초72), 남자 자유형 200m 황선우(1분44초40), 남자 자유형 800m 김우민(7분46초03), 남자 접영 50m 백인철(23초29) 등이 아시안게임 대회 기록을 새롭게 수립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기는 등 한국 수영의 역사를 바꾼 박태환이 은퇴한 후 한국 수영은 잠시 암흑기를 보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결승에 오르는 한국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박태환이 도핑 위반 징계로 나서지 못한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김서영(경북도청)이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수확한 것이 유일한 금메달이었다. 안방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부활을 꾀하고자 2019년 말부터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독려했다. 이전에 한국 선수들이 잘 나서지 않던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선수단을 파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들은 국제대회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고,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강자들과 대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앴다.
각자 기량이 성장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 것도 한국 경영 부활의 원동력이 됐다. 이번에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을 합작한 주역들 대부분이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황선우는 2003년생, 김우민은 2001년생이다. 이은지(방산고) 등 아직 고교생인 선수들도 있다.
한국 수영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부흥을 알렸지만 이제 막 출발선에서 발을 뗐을 뿐이다. 가야 할 길이 있고, 더 높이 올라야 할 고지가 있다.
당장 도전해야 할 큰 무대가 있는데 내년 2월에 열리는 도하 세계선수권과 7월에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이다.
한국 수영은 최근 올림픽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12명의 선수가 19개 종목에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선 황선우만이 자유형 100m와 200m 결선 무대를 밟았을 뿐이다.
그러나 2년 사이에 한국 수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황선우가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2회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우민도 이 두 대회에서 모두 자유형 400m 결선에 올랐다. 여기에 이호준은 황선우와 함께 자유형 200m 결선까지 진출, 세계선수권 단일 종목 동반 결선 진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또한 남자 계영 800m '드림팀'은 2년 동안 크게 도약했다.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한국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기어코 7분01초73의 아시아 기록을 세우며 아시안게임 단체전 첫 금메달의 역사를 썼다.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남자 계영 800m 3위에 오른 호주의 기록은 7분02초13이었다. 드림팀이 세계선수권 메달을 노릴 수준만큼 올라온 셈이다.
동료에게 자극받아 함께 높은 곳으로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했던 선수들은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게 됐다.
출전한 평영 4차례 레이스에서 모두 한국 기록을 경신한 최동열은 "내 한계가 어디인지 보고 싶다"며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에 도전하고 싶다. 지금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결승을 넘어 메달권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우민 역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모두 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각각 6위, 5위를 기록한 김우민은 한 계단씩 올라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세계선수권은 올림픽을 점검하는 마지막 무대다. (지난 두 번의 세계선수권에서) 6위, 5위를 헀으니 내년 대회에서는 3위를 하겠다. 그리고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한국 수영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로는 올림픽 메달이 끊겼다. 금메달로 범위를 좁히면 박태환이 안긴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이 유일하다.
박태환 이후 누구도 따내지 못한 올림픽 입상이지만, 황선우와 황금세대라면 파리 올림픽 경영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해낼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황선우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 수영은 성장하고 있고, 계속 기량이 올라오는 선수들도 많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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