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신체능력 달라... 차별 정당화"
"양성징병제·모병제 입법 검토해야"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해 달라는 헌법소원에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여전히 여성과의 차별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2010년, 2011년, 2014년에 이은 4번째 합헌 결정이다.
헌재는 병역의무를 이행 중인 이모씨 등 남성 7명이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병역법 3조 1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제기한 위헌확인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달 26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헌재는 이씨 외에도 헌법소원 청구 당시 각기 병역의무 이행 예정이었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징역형을 선고받은 남성 등을 포함해 관련 사건을 병합 심리했다. 이들은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성(性)차별로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병역법 3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역의무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성별'인 것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인지가 쟁점이었다.
우선 헌재는 "국방 의무를 부담하는 국민 중 병역의무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 안보상황, 재정능력을 고려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국군이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국회 입법재량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평등권 침해 주장 역시 "차별 취급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남녀가 서로 다른 신체 능력을 보유한 점 △보충역과 전시근로역도 국가비상사태에 즉시 전력으로 편입될 수 있는 예비 전력인 점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 개 나라 중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한정돼 있는 점 등을 사유로 제시했다.
다만 헌재는 "현시점에서 제반 상황을 종합 검토할 때 기존 징병제도를 유지하는 입법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으론 출산율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 사정을 고려해 양성징병제 도입이나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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