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자본주의 진단하고, 자본주의 전환 모색하는 신간 세 권
앞으로도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할까.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 기후위기, 인간의 존엄성 상실 등 원인으로 도처에서 자본주의가 지목되고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아니면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지금의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안다. 더 나은 자본주의는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면 자본주의가 아닌 어떤 길을 모색해야 할까?
① 관리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탄생한 자본주의는
"우리는 자본주의를 지금까지 이어져 온 계급적대에 기초한 생산양식들 중 최후의 생산양식이라 보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가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집필한 책 '관리자본주의(두번째테제 발행)'는 영국 플루토 출판사에서 2018년(마르크스는 1818년생)에 영어판으로 먼저 출간됐다. 저자들은 계급사회 분석에서 기본적 계급이던 '자본가-지주-노동자'에서 확장되고 변형된 분석틀인 '자본가-관리자-민중'을 고안하여 20세기 들어 새롭게 변모된 '관리자본주의'를 고찰한다.
책은 "상위계급으로서 자본가계급이 존재하는 생산양식인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관리주의는 관리자계급이 상위계급인 새로운 생산양식"이라고 정의한다. 자본주의는 잉여가치를 통해 잉여노동을 추출하지만, 관리주의에서는 임금 불평등 위계관계를 통해 잉여노동을 추출한다.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에서 관리주의로 이행 중인데, 그 혼재된 양상이 현재의 '관리자본주의'로 나타난다는 것.
흔히 자본주의의 대안적 미래를 '계급 없는' 평등 사회로 생각하지만, 책은 '관리자'라는 새로운 계급이 탄생한 또 다른 계급 사회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관리주의 혹은 관리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말미에 이르러서는 민중계급이 어떻게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지 궁리하기도 한다. 우리는 관리자의 지배로 귀결되는 미래가 아닌, 조금 더 낙관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② 다섯 가지 키워드로 내다보는 자본주의의 미래
'자본주의의 위기'가 쉽게 회자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진지한 논의는 태부족한 실정이다. 자본주의(capitalism)와 위기(crisis)라는 영단어를 구글에 검색했을 때 6,900만 건이 검색되는 반면, 민주주의(democracy)와 위기는 3억2,600만 건이 검색된다. 논쟁과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결함을 보완해 가는 다른 체제와 달리, 자본주의는 어쩌면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지속 가능성을 분석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당연한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져 왔을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학계의 전문가들은 신간 '자본주의의 미래(아카넷 발행)'를 통해 각자의 분야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한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선혁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재석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가 함께 집필한 책은 경제체제, 민주주의 범용기술, 기업, 노동과 여가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자본주의를 탐구한다. 각 분야에서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낙관하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지금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여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③ 포스트자본주의를 향해 '가속하라'는 선언
앞의 두 권의 책이 자본주의라는 틀 안에서 사유한다면 '#가속하라(갈무리 발행)'는 현대자본주의의 생산관계를 변혁하기 위해 외부를 향해 '가속'하는 것을 주장하는 도발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책은 1858년에 발표된 마르크스의 '기계에 관한 단상' 등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발표된 저작들에서 '가속주의'의 기원을 찾으면서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영국의 정치이론가 알렉스 윌리엄스와 캐나다인 정치연구자 닉 서르닉이 발표한 '#가속하라:가속주의 정치 선언'까지 이어지는 포스트자본주의 정치 이론의 계보를 보여주는 텍스트를 망라했다.
책은 자본주의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거나 더 나은 자본주의는 가능하다 같은 뻔한 결론으로 회귀하지 않는다. 오히려 '포스트자본주의'를 주장하면서 자본주의가 이룩해온 것들을 다음 단계로 가속하기 위한 발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이채롭다. 흔히 자본주의 위기 해결 방법으로는 '감속'이 주효하게 취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공공예산을 삭감하고 공공기관 민영화를 서두르는 '긴축'이나, 경제성장이 무한히 계속될 수 없다며 생산력의 발전을 감속시켜야 한다는 '탈성장론'이 대표적 예다. 가속주의자들은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가 가능하게 만든 모든 과학적 지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여, 다른 방향성을 정해 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속할 것인가, 감속할 것인가. 뾰족한 답을 당장 구할 수는 없으나, 세 권의 책을 통해 이제는 더 이상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미룰 수는 없다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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