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면직' 공무원 증가 추세
95% 이상이 5~9급 공무원
“4대 권력기관이요? 회계법인, 세무법인으로 가겠다는 젊은 직원들을 잡을 방법이 없어 고민인데...”
최근 국세청 내 조직 분위기를 묻자 한 과장급 직원이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불렸던 국세청을 제 발로 그만두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일은 고된데 승진까진 하세월이고, 월급 등 보상도 마땅치 않자 회의감을 느낀 하위직 공무원이 국세청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 국세청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자발적 퇴사라는 뜻의 ‘의원면직’ 공무원은 △2019년 168명 △2020년 199명 △2021년 284명 △2022년 299명 △2023년 8월 176명으로 늘었다. 특히 의원면직 공무원의 95% 이상은 5~9급이 차지했다. 일선 세무서에서 궂은일을 도맡는 실무 직원이 주로 이탈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직 기간 5년 이하 공무원의 퇴직률도 높다. 2019년 78명이었던 5년 이하 퇴직자는 2021년 116명, 2022년 110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국세청을 퇴사하는 직원의 3분의 1이 ‘경력 5년 이하’인 상황이다. 최근 낮은 보수 등을 이유로 젊은 공무원의 줄퇴사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한 국세청 직원은 “국세청 5년 경력이면 회계법인, 세무법인 취직에도 용이한 편이라 차라리 돈을 택하겠다는 후배들이 있다”며 “매년 바뀌는 세법에 적응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은 높은 편인데 월급이나 인사 등 그에 대한 보상은 없고, 일선 세무서에선 악성 민원으로 동료가 숨진 일까지 발생하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국세청 직원의 이탈 현상을 제어하려면 고질적인 인사 적체부터 풀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인사행정학회는 2021년 ‘일할 맛 나는 국세청을 위한 인사 체계 개편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국세청은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 비율이 전체의 90% 이상인 압정형 인력 구조가 문제”라며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기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30년 5개월로 중앙 행정기관보다 6년이나 길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