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 문서 5000만건 분석
"페친끼리 지식구조 비슷해져
멀어도 인터넷 소통이 큰 영향"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활동이 지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무분별한 온라인 활동이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비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보 교류를 용이하게 해 지식을 확장시키는 등의 순기능도 발휘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윤지성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 연구원, 박진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원, 윤진혁 숭실대 AI융합학부 교수, 정우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한·미 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을 정보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인포메트릭스'에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진은 인터넷 백과사전 서비스 '위키백과'에서 59개 언어로 이뤄진 과학기술 관련 문서 5,000만 건을 연구에 활용했다. 논문과 특허는 세계 인구의 극히 일부인 전문가 집단만이 만들지만, 위키백과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작성하고 수정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의 지식 형성과 공유, 확산 과정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는 판단에서다.
연구진은 이용자들이 사는 지역과 쓰는 언어, SNS로 교류하는 친구와 공유하는 위키백과 문서, 해당 문서의 링크(연결주소)와 분류 카테고리 등을 분석한 다음 연관관계를 추출해냈다. 찾아보거나 공유한 문서들의 내용이 얼마나 비슷한지, 다른 어느 문서들과 연결돼 있는지 등을 '지식구조'라고 정의하고, 이용자들 간 지식구조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알아봤다.
그 결과 지식구조의 유사성은 이용자들끼리 얼마나 많은 교류가 이뤄지는지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령 페이스북에서 함께 아는 친구가 많을수록, 이들이 공유하는 위키백과의 내용이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온라인에서 교류가 많은 사람끼리는 사용하는 단어가 비슷해지고, 이 과정에서 몰랐던 것을 서로 알아가며 각자 지식의 구멍을 메우고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정 언어를 쓰는 이용자들 간 지식구조의 유사성을 그물망 구조로 도식화해봤다. 그랬더니 한국인은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영어권 이용자들과 지식구조가 좀 더 비슷했다. 중국, 일본에 비해 영어권 이용자들과 지리적으로는 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온라인 교류가 더 활발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데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주로 유학이나 연구를 함께 해야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지금은 인터넷 소통이 지식 교류의 주요 창구가 되고 있다. 윤진혁 교수는 "온라인 교류를 통해 지식이 단편화하지 않고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며 "SNS를 통한 친구, 지인과의 소통은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인 만큼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추후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생성형 AI는 학습 문서가 많을수록 성능이 좋아지는데,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문서가 적어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때 한국인 이용자들이 보는 문서와 지식구조 유사성이 높은 문서들을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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