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터널에 햇살이 한 움큼 쏟아지자 곳곳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부산 영도구 흰여울마을 해안도로에 있는 조그마한 터널을 찾는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포토존으로 알려지면서 ‘부산에 가면 사진 한 장은 꼭 남겨야 하는 명소’가 됐다. 요즘처럼 해가 지는 방향이 터널 정면 쪽이 되면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 인파가 몰린다.
이 터널은 원래 흰여울마을과 절영해안산책로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다. 길이는 70미터 정도로 짧아 처음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으며, 주로 동네 사람들의 아침저녁 산책길로 이용되었다. 그러다 어두운 터널 너머 보이는 푸른 바다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만들어 내는 해안 풍경과, 저녁노을이 만들어 내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 ‘마을의 명물’이 됐다. 사람이 대거 몰리는 시간에 터널에 가면 기념촬영 순번을 기다리는 긴 줄을 보게 되는데 자칫 짜증도 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쌀쌀할 때는 터널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이 바닷바람에 차가워진 몸을 포근히 감싸줘 불만이 사르르 녹는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제법 공기가 차갑다. 또한 연말이 가까워지니 삶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진다. 이럴 땐 어두운 터널 속 따스하게 번지는 햇살처럼 따뜻한 말과 위로가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다. 카메라를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설 때, 그동안 복잡했던 마음과 걱정은 석양의 붉게 물든 하늘과 밀려드는 파도를 향해 던져버렸다. 터널에 비친 해 질 녘 햇살에 위로받으니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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