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극한 대립으로 치달은 정쟁도 문제지만, 후보자 개인의 각종 흠결과 소극적 해명 태도도 임명동의안 부결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법원 안팎에선 극단으로 갈라진 우리의 정치 지형이 대법원장 장기 공백 사태를 유발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지 않은 채 본회의 표결 날짜를 정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후 단일대오를 형성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예전처럼 당정이 표결 전 야당과 물밑 접촉하는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그들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가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자존심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정당끼리 정치적으로 풀어낼 공간이 부족하다고 항변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위(대통령실)에서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자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부결 사태를 정쟁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다. 이 후보자 스스로 낙마 명분을 제공한 건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8월 22일 지명 후 인사청문회에 이르기까지 각종 논란에 시달렸다. 특히 재산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보유 사실 누락 △자녀의 해외 재산 미신고 △농지법 위반 등 제대로 소명된 의혹이 별로 없다. 자녀 불법 조기유학 의혹이나 성폭력 감형 판결 논란 등도 불리한 여론으로 작용했다.
이 후보자의 해명 태도 역시 질타를 받았다. 비상장주식 누락에는 "몰랐다" 등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했고, 청문회 당일 "아무튼 죄송하다"며 반성 없는 사과도 야당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 측은 그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도 문제 삼았다. 이 후보자는 2000년 이후 가족의 주식거래 내역 등의 자료를 끝까지 내지 않거나 뒤늦게 제출했다. 해외유학 중인 장녀의 임대차계약서 원본은 물론 번역본까지 제출한 권영준 대법관 사례와 비교돼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고위 법관들이 더욱 투명하게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질 것 같다"면서도 "정치 싸움에 휘말려 3부 요인인 대법원장 자리가 희생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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