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달고 첫 우승 감격
한국 야구의 주축 타자 강백호(KT)가 마침내 국제대회를 '해피 엔딩'으로 장식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본인 의도와 달리 2020 도쿄올림픽의 '껌 논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리머니 주루사' 등으로 비판을 받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마음의 짐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투타의 완벽한 조화를 앞세워 대만에 2-0 영봉승을 거뒀다. 조별리그 패배 후 성사된 결승 리턴 매치에서 통쾌하게 설욕한 대표팀은 2010 광저우 대회,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4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동안 국제대회 정상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한 강백호는 감격에 겨워했다. 우승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대표팀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했는데 이번에 우승을 했다"며 "나보다는 우리 팀 모든 선수들이 잘해줘 꿈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상황이 거짓말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표팀은 대회 전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출발했고, 대만과 조별리그에서 0-4 영봉패를 당했다. 강백호의 초반 부진도 이어지면서 대표팀과 선수 모두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강백호와 대표팀 멤버들은 설욕을 다짐하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강백호는 "처음 대만에 졌을 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힘을 모은 게 컸다. 팀을 위해 고생한 김혜성 형, 박세웅 형 등 형들이 없었으면 우리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강백호는 6일 중국전에서 국가대표 첫 홈런을 치는 등 반등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지만 결승전에서 4타수 1안타로 주춤했다. 대신 경기 내내 목청 높여 동료들을 응원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어린 후배들이 결승전을 앞두고 주눅들까봐 "욕은 내가 먹을 테니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강백호는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며 "한국의 자랑 문동주가 잘 던졌고, 9회말에는 최고 마무리 투수(고우석)를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서는 "올 시즌 정말 힘들었다. 대표팀에 오는 과정부터 여기에 온 다음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면서 "그래도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덕분에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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