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의 치적을 기록한 공적비 대신 이집트 북부 지중해 인근에 자기 이름을 딴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세웠다. 그리고 그곳을 인류 문명과 지식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함께 세웠다. 사후 그의 유지에 따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지어졌다. 지중해와 페르시아, 인도, 이스라엘, 아프리카…. 중국문명을 제외한 가히 세계 문명의 지적 자본이 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종교, 문학, 과학, 수학, 천문학, 의학 등 장서는 약 70만 권에 달했다. 동서양 문화와 지식의 융합, 즉 헬레니즘 문화(문명)의 수원이기도 했던 그 도서관은 640년 무슬림 정복자들에 의해 파괴됐다. 알려진 바 장서 대부분은 온수용 땔감으로 쓰였다고 한다.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평하는 이들은 도서관의 종말을 그 기점으로 친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대학이 1974년 고대 도서관 복원 계획을 수립했다. 거기에 이집트 정부가 반색했고 유네스코 등 서구 세계가 적극 동조했다. 국제적 규모의 건립위원회가 구성됐고 세기의 건축디자인 공모가 시작됐다. 건축 비용만 2억2,000만 달러를 들인 새 알렉산드리아 도서관(Bibliotheca Alexandria)이 2002년 10월 16일 공식 개관했다. 단지에는 도서 800만 권 분량의 서가와 6,000여 평(2만㎡) 규모의 주 열람실 등을 갖춘 도서관 외에 박물관과 미술관, 천문관, 고서 연구소 등이 함께 조성됐다.
하지만 새 도서관은 외형에 비해 장서 등 콘텐츠가 빈약해 개관 초기 ‘이집트 정부의 허영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집트 권위주의 정부가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꾸준히 제대로 할지, ‘무슬림 형제단’의 옹졸한 종교 도그마로 똘똘 뭉친 사회가 도서관 역사적 의미, 즉 다른 문화-문명과의 교류 융합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됐다. 의구심은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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