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미국' 확전 가능성에
오전 중 국제유가 5% 치솟아
이란 부인에 상승폭 좁혔지만
불확실성에 복잡해진 금리 셈법
정부 "아직 금융시장 움직임 제한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금융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국제유가가 급등해 물가를 재차 끌어올린다면,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 강도를 예상보다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원유 선물 가격은 장중 전장 대비 5% 이상 급등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 텍사스산 원유(WTI)는 한때 5.4% 급등한 배럴당 87.24달러까지 치솟았고, 영국 브렌트유도 최고 5.2% 상승(89달러)해 다시 배럴당 90달러 선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란이 하마스 배후에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유가를 밀어 올린 '배후'로 지목된다. 전쟁이 이란(하마스)과 미국(이스라엘)의 대리전으로 번질 경우, 이란이 이번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이란과 접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2018년 기준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그래서 이란은 미국과 충돌 때마다 이곳을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협박만으로도 국제유가는 널뛰곤 했다.
이란의 전쟁 개입 여부는 아직 명확지 않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고, 미국 국무부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두 국가 간 전쟁에 그친다면, 국제유가는 단기 반사적 상승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주요 산유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원유 선물 가격 상승폭이 전장 대비 3%대로 줄어든 이유다.
복잡해진 중앙은행 셈법
문제는 확전될 경우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로 옮겨붙을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이 금리인상 종착점을 상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어 연준 또한 현재를 금리인상 막바지 단계로 보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로 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셈법도 복잡해졌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한은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연말까지 90달러대에 머문다면 물가 상승률이 전제보다 높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다음 달부터 물가 상승폭이 둔화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발작은 없었지만,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이날 에너지 외 다른 시장은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었다. 금 가격이 전장 대비 1%가량 상승했고, 주요 6개국 대비 달러 가치도 0.4% 올랐다. 서방 국가들 중 가장 먼저 개장한 독일시장에선 국채금리가 소폭 하락 출발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 역시 오른다는 뜻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식 선물도 큰 변동이 없는 것을 보면 시장은 일단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듯하다. 다만 전쟁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기에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 판단도 시장과 궤가 같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사태 초기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관계기관 공조하에 신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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