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기다. 사망자가 700명을 넘은 이슬라엘은 조만간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태세다. 이미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도 400명 이상이다. 하마스와 또 다른 무장 조직 이슬라믹 지하드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이 100명을 넘는 것도 우려된다.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원 차원에서 슈퍼 핵 항모로 불리는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을 동지중해로 보내고 역내 전투기 편대도 증강하고 있다. 반면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연대 차원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박격포를 쐈다. 이러한 일련의 작전을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도운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달 초 이란혁명수비대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게 이스라엘 공격을 승인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신중동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며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허덕이던 세계 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유가가 불안하다. 9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이 배럴당 86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는 5% 안팎 급등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와 금 시세도 들썩이고 있다. 분쟁 지역이 호르무즈 해협과는 아직 떨어져 있지만 안심할 순 없다. 중동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67%, 가스의 37%를 공급하는 지역인 데다가 무력 충돌의 불똥이 언제 이란으로 튀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방향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고 경기는 회복될 것으로 본 뒤 ‘상저하고’ 성장률을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대외 환경 변화는 낙관론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가는 뛰고 봉급 생활자와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수도 있다. 우리가 나서 중동 평화를 중재할 순 없겠지만 어떤 중동 리스크도 우리에게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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