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화약고' 거주 민간인 230만 명
이스라엘 "하마스 말살" 예고로 위험↑
'중동의 화약고',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 이스라엘 서쪽에 있는 길이 41㎞, 폭 10㎞의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를 칭하는 말이다.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이스라엘이 이곳을 전면 봉쇄했고, 이후 16년 동안 양측의 무력 충돌이 이어진 탓에 붙은 별칭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세종특별자치시와 비슷한 면적에 모여 사는 약 230만 명은 생명권·이동권은 물론 경제적 자유도 박탈당해 한계 상황에 내몰려 있다.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이후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 완전한 소탕'을 위한 보복 공격을 예고하면서 가자지구는 더욱 깊은 비극에 처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9일 전기, 식량, 물, 연료 공급을 전부 끊어 가자지구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8일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충돌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37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높이 6m 장벽 포위된 가자지구... 200만 민간인 '감옥 생활'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집트 땅이었던 가자지구를 점령하며 본격화했다. 팔레스타인은 불법 점령이라며 반발했고, 이때부터 분쟁이 이어졌다. 2005년 평화협정으로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을 포기하고 국민과 군대를 철수시키며 오랜 갈등이 일단락되나 했지만, 이듬해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 투쟁을 강조하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차지하며 상황이 악화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의 모든 경계에 길이 65㎞, 높이 6m의 장벽을 둘러 고립시켰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등 이동이 철저히 제한됐다. 실업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열악하지만 이스라엘은 식품, 의약품 등 생필품 반입마저 통제했다. 2008년 공격으로 약 1,500명을 죽인 것을 비롯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피의 작전을 수차례 전개했다.
"하마스 소탕" 선포한 이스라엘… 피할 곳 없는 민간인들
하마스가 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및 봉쇄에 대한 보복'이라며 이스라엘을 습격한 직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숨거나 작전하는 모든 장소를 폐허로 만들겠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고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향해 "하마스 전투원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라"고 공지했지만, 좁은 땅에서 민간인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없다. 가자지구 주민 지아드 알사드는 "피할 곳이 전혀 없어 부서진 집에 숨어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에게 "방공호로 피신하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가자지구에는 그런 공간이 없다.
민간인 상당수는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병원, 학교로 겨우 몸을 피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은 9일 "12만3,500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 건물에는 2만 명 이상의 주민이 피신해 있다. 그러나 3곳의 학교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등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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