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꼽힌 아이오닉5 N 타보니
겉보기엔 기존 아이오닉5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트랙에서 달리기 시작하니 '완전히 다른 차'로 변신했다. 수많은 주행 옵션을 체험하면 할수록 까면 깔수록 새롭고 신선한 양파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다. 충남 태안군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만난 아이오닉5의 고성능 모델 아이오닉5 N 얘기다.
현대차의 고성능 라인 'N'은 ①메르세데스 벤츠의 AMG와 ②BMW의 M ③아우디의 RS와 같은 개념으로 기존 차량에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는 기능과 감성을 더했다. 앞서 기아에서는 EV6의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내놓아 호응을 얻었는데, 현대차에서도 아이오닉5 N을 내놓으며 '일상의 전기 스포츠카' 시대를 연 것이다. 650마력의 힘을 지녔음에도 제로백(멈춤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3.4초로 국내 양산차 가운데 가장 빠른 '괴물'로 주목받은 차량이다.
전기차 맞아? 내달릴 땐 불꽃 터지는 소리
9월 19일 미디어 시승회에서는 전문 레이서 출신 인스트럭터(지도자)의 지도에 따라 N 브랜드가 추구하는 3대 핵심 요소인 ①트랙 주행 능력 ②곡선로 주행 능력 ③일상의 스포츠카 기능을 두루 체험할 수 있었다. 기존 아이오닉5와 달리 아이오닉5 N의 계기판에는 마치 비행기 조종석처럼 꽤나 복잡해 보이는, 다양한 기능들이 꾹꾹 눌러 담긴 점부터 인상 깊었다. 여기에는 모터와 배터리 온도, 차체의 쏠림 정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중앙 디스플레이에는 가속 페달은 물론 브레이크 페달을 어느 정도 밟았는지도 나타난다. 사람으로 치면 팔과 다리에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혈류 흐름 상태가 어떤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감싸고 있는 4.6㎞ 고속 주회로 안쪽에 마련된 복합주행 코스(짐카나)에서는 무려 2.2톤(t)에 달하는 아이오닉5 N으로 마른 노면에서의 코너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N 페달' 기능을 활성화해 큰 원을 가운데 두고 빠르게 두 바퀴를 돌 때는 앞바퀴에서 느껴지는 접지력에 감탄하면서 지정된 코스 밖으로 튕겨져 나갈 거란 걱정을 덜게 됐다. 아이오닉5 N은 앞·뒷바퀴의 토크 배분을 운전자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전륜·후륜·사륜차를 모두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일반 도로보다 서킷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달리는 맛'도 풍부했다. 가속 때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에서 나올 법한 '불꽃 터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 기능을 통해 주행 중 사운드를 ①내연기관 엔진 소리를 그대로 구현한 '이그니션'과 ②전기음을 크게 내는 '에볼루션' ③고속 비행기가 내달릴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 '슈퍼소닉'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RPM과 속도, 토크의 변화에 따라 다른 음향을 제공해 달리는 재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기 돋보인 기능이었다.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드리프트
젖은 노면에서의 드리프트에도 차는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인스트럭터 지시에 따라 젖은 노면에서 한쪽으로 원을 그리며 달리다 운전대를 확 꺾어봤다. 이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 페달만 떼는 것만으로도 '카트라이더' 등 주행 게임에서나 가능했던 드리프트가 실제 이뤄졌다. 배터리가 무거운 전기차의 한계를 제대로 뛰어넘은 모습이다. 끝으로 레이싱 경기가 열릴 법한 고속 주행로로 빠져나와 속도감을 충분히 느끼고 일반 도로에서도 활용 가능한 차선 및 차간 거리 유지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의 안정감도 뛰어났다.
아이오닉5와는 완전히 다른 차이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모델이었다. 고성능 기능이 대거 탑재됐음에도 7,600만 원의 가격이 책정된 점도 눈에 띈다. 주행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일상에서만 이 차량을 활용하는 이들에겐 추천하기 어렵지만 전기차로 달리는 재미를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가성비 높은 차량으로 꼽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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