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7세 중성화된 수컷 믹스견 '이루'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루는 과거 어미와 길을 떠돌던 개로 개시장에 팔려 갈 뻔했는데요. 다른 분이 구조 후 임시보호 하다가, 생후11개월 때 제가 입양해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1일 1산책은 매일 시켜주고, 주말에는 반려견 카페나 운동장으로 나들이도 많이 다닙니다. 그런데 이루가 어디 갈 때마다 마킹이 아주 심해서 걱정입니다. 처음 입양했을 때도 집에 첫째 반려견이 있어서 강아지 냄새가 나는지 실내 마킹을 자주 했었는데요. 자기 집인 걸 인식한 뒤로는 집에서 마킹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산책가면 소변이 안 나올 때까지 계속 마킹해요. 산책 시간을 오직 마킹에만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반려견 카페나 펜션에서도 마킹이 심해서 민폐가 될까봐 실내에 매너벨트 없이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매너벨트를 채워놓으면 놀 때 불편해 보여요. 이루랑 같이 다니고 싶은 곳이 많은데 마킹 걱정에 함께하기 어려워서 고민입니다. 이렇게 잦은 마킹도 행동 교정으로 개선이 가능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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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반려견과 반려인의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해 과학적이고 인도적인 방식의 솔루션을 드리는 김민희 트레이너입니다. 이번에는 이루의 과한 마킹에 대한 사연이네요. 이루는 마킹을 즐기는 거 같은데요. 과연 마킹이 행동 수정 가능한 부분인지 함께 확인해 보겠습니다.
강아지 마킹이란?
강아지 마킹은 특정 장소에 의도적으로 소변을 보는 것을 말합니다. 강아지 입장에서는 매우 정상적인 행동인데요. 후각이 발달한 강아지는 냄새로 상대를 파악하고, 다른 동물의 냄새가 났을 때 이곳은 자신의 생활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킹을 하곤 사용합니다. 하지만 너무 잦은 마킹은 보호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강아지 마킹은 청소년기(생후 6~12개월)에 시작되며, 수컷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죠.
강아지 마킹의 이유
그렇다면 마킹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킹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나뉩니다.
첫째,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자신이 생활하는 반경에 소변 냄새를 남겨 다른 개들과 소통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불안감 해소를 위한 수단일 수 있습니다.
셋째, 건강 문제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성화하지 않은 수컷의 경우 호르몬에 의해 마킹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중성화 수술로 마킹이 완화되기도 하지만, 요로계통(방광과 요도 등 오줌이 통과하는 길과 관련이 있는 부분)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잦은 마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행동 수정 전에 소변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냄새를 맡고 마킹하는 행동 자체가 강아지에게는 즐거운 행동인 ‘보상’이기도 합니다. 이루가 만족감을 느끼는 행동인 마킹을 갑자기 제한하면, 이루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을 느껴 오히려 마킹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솔루션은 이루의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고 마킹을 완화하거나 관리하는 방법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마킹 자제 교육 보단 관리를 추천!
특정 행동이 스스로나 다른 대상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교육을 통한 행동의 교정보다는 행동의 관리를 통한 문제해결을 추천합니다.
마킹의 경우 가장 좋은 관리 방법은 매너벨트입니다. 이루보다 마킹을 적게 하거나 심지어 아예 하지 않는 경우라도, 최근 많은 반려동물 동반 식당이나 카페에서 수컷의 매너벨트 착용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낯선 장소의 불안감과 다른 강아지들의 소변 냄새가 평소 마킹을 하지 않던 강아지들도 마킹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처럼 이루 또한 성공이 불확실한 마킹 교육보다는 매너벨트를 착용하고 맘껏 마킹하도록 하는 관리적인 해결이 더 추천됩니다. 여기서 보호자가 꼭 아셔야 할 부분은 ‘매너벨트가 불편하다’는 것은 보호자만의 생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강아지가 처음 접하는 자극인 산책 줄(하네스) 착용과 옷 입기 등이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좀 더 편안한 제품을 사용하거나 보상을 주어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둔감화’ 과정을 거친다면 매너벨트도 하네스나 옷처럼 편안해할 수 있습니다.
이루를 위한 맞춤 솔루션
1. 건강 체크하기
강아지의 행동 수정 가장 첫 단계는 건강을 체크하는 것입니다. 중성화를 해서 호르몬적 원인은 제외했지만, 만에 하나 이루의 과도한 마킹이 요로계 감염 등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를 제외하기 위해 먼저 수의사 진료를 통해 소변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동거견이 중성화하지 않은 경우라면 동거견의 중성화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 솔루션을 이어서 진행하면 됩니다.
2. 매너벨트 익숙해지기
매너벨트를 아직 불편해한다면, 매너벨트를 하고 있을 때 좋은 경험(산책, 오래 먹는 간식 먹기)과 연결 지어 산책 줄이나 옷처럼 편하게 인식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매너벨트의 경우 붕 뜨거나 바스락거리는 소리, 피부 쓸림 등으로 강아지가 더 불편해할 수 있어요. 이루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패브릭 재질의 매너벨트를 사용하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축축한 패드는 무겁고 불쾌감을 주니 매너벨트는 과하게 젖지 않도록 자주 교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3. 산책 교육 : 마킹도 보상으로 쓰기
보호자분과 이루의 산책 습관을 바꿔서 과한 마킹을 방지하고, 마킹을 보상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마킹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닌, 마킹해도 되는 구간과 마킹을 하지 않는 구간을 나누어 이루에게 알려주도록 합니다.
1) 먼저 집 앞 3분 이내 위치에 배변 장소를 정해두고, 산책 전에 꼭 이 장소에 들러 대소변을 해결하고 출발합니다. 산책 전 대소변을 해결하면 배변 욕구가 줄어 불안감이나 흥분도가 낮아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다음으로 마킹하지 않는 구간(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이루의 줄을 다소 짧게 잡고 이동합니다. 이때 냄새를 맡지 않고 보호자를 잘 따라오거나, 아이컨택 등과 같이 보호자에게 집중을 잘 하면 보상(간식)을 줘서 마킹보다 보호자에게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마킹을 하지 않아도 보호자와 잘 걸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줘서 마킹을 완화할 수 있게 됩니다. 3) 마지막으로 마킹해도 되는 구간(예를 들어, 공원)에 들어서면 짧게 잡았던 줄을 길게 잡고 맘껏 냄새 맡고 마킹하게 합니다. 마킹을 3~4회 했다면, 위의 방법을 다시 사용해 다른 장소로 이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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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루틴이 몸에 익숙해지면 마킹이 아니더라도 보호자에게 좋은 것이 나온다는 인식이 생겨 산책 중 집중력이 생기고, 공원에 도착하거나 보호자가 허락하면(줄을 길게 잡으면) 마킹할 자유가 생긴다고 인식시킬 수 있습니다. 즉, 마킹하는 것에 대해 보호자가 리더십을 가지게 되는 교육 방법입니다.
4. 마킹보다 좋은 것 만들기
일부 강아지들은 불안감이 쌓이면 마킹 행동이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특히 동반 카페나 운동장에서 마킹하는 강아지가 더 많은 것도 불안감 때문입니다. 강아지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서’ 그리고 ‘마킹보다 좋은 것을 알려줌으로써’ 이루의 마킹을 완화 시킬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사회성이 좋은 친구를 만들어 주거나, 평소 매트에 앉아있는 교육 등을 통해 강아지 동반 식당 혹은 카페에서 맘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정된 장소(매트)에 앉거나 엎드려 대기하면 보상(간식)을 주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마킹을 과하게 하는 이루의 행동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마킹은 잘못 알려진 ‘영역 표시(영역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의 개념이 아니라, 마치 SNS에서 상대방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눌러 소통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SNS를 통해 다른 대상의 소식이 궁금하고 또 내 소식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죠. 이 욕구를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SNS보다 더 재미있는 다른 놀이 혹은 관심 대상을 만들어 주거나 SNS를 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를 정하는 방식의 규칙을 사용해 보세요. 그럼 서로가 덜 스트레스 받고 더 만족스러운 반려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반려생활 속 질문,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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